입력 : 2009.03.03 14:17
― 항상 책을 들고 다닌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배우 역시 인문학적인 소양이 필요하다. 예술이란 결국 진선미를 추구하는 작업이다. 진실을 찾기 위해선 끊임없는 자기연마가 필요하다. 책 읽기는 그 중의 하나이다.
― 많이 안다고 꼭 좋은 연기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물론이다. 하지만 재능만 갖고 하는 연기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힌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조금씩 세상과 자신을 보는 눈이 확장되어야 텍스트가 새롭게 보인다. 그래야 디테일한 연기를 할 수 있다.
― '생각없이' 연기했던 시절이 있었나.
▶있었던 정도가 아니다. 어린 나이에 엉겁결에 스타덤에 올라 10여년 동안 솔직히 뭘 모르고 지냈다. 나만 잘하면 작품이 잘 되는 줄 알았다. 내 멋에 빠져 유아독존식으로 지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다.
지난 84년 '대춘향전'으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판타스틱스'로 첫 주인공을 맡은 이래 10여년간 줄곧 정상의 스타로 군림했다. 특히 최정원과 콤비를 이루며 뮤지컬 대중화의 주역이 됐다. 2000년 이전까지 그에겐 필적할만한 라이벌조차 없었다.
― 80년대 후반부터 10여년간 뮤지컬계 원조 '꽃남'으로 인기가 엄청났다.
▶내 얘기라 좀 쑥스럽지만… 대단했다. 매일 팬들이 준 선물로 차 뒷자리가 꽉 찼다. 여성스토커도 몇 명 있었다. 밤이면 전화해서 '하악하악' 신음을 내 아주 곤혹스러운 적도 있었다.(웃음)
― 그때가 그립지 않나.
▶인기란 게… 솔직히 무상할 때가 있다. '옛날엔 그렇게 좋아하더니 지금은…'이라는 배신감마저 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 요즘은 마음이 아주 편안하다.
― 배우로서 전환점은 언제였나.
▶2000년대 초반 두 작품에 겹치기 출연한 적이 있는데 누군가 '남경주가 이제 지쳐보인다'고 리뷰를 썼다. 쇠망치로 뒤통수를 맞은 듯 했다. 마침 부족함을 절실하게 느끼던 때였다. '아, 내가 이래선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재충전을 시작했다.
― 배우로서 가장 부끄러웠던 기억은.
▶1999년쯤인가, 괴로운 일이 있어 밤새 술을 마신 적이 있다. 얼마나 마셨던지 다음날 공연 시간이 다 됐는데도 술이 깨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그 상태로 무대에 섰는데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후끈거린다.
요즘 뮤지컬계의 현황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쓴소리가 쏟아졌다.
― 고참 배우로서 요즘 뮤지컬계를 보면 어떤가.
▶솔직히 걱정이다. 시장이 커져 작품은 많아졌지만 흥행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 뮤지컬의 기본인 연극정신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 연예인들의 뮤지컬 진출이 늘고 있는데.
▶그렇지않아도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연예인들이 여유가 있다고 해서 오케스트라나 발레, 오페라에 출연하지는 않는다. 유독 뮤지컬에 몰려온다. 그들을 탓하려는게 아니다. 단지 '나도 가서 할 수 있겠다'고 쉽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은 문제다. 뮤지컬인들의 책임이다. 우리들이 춤과 연기, 노래를 날마다 갈고 닦았다면 이렇게 뮤지컬을 쉽게 생각하는 풍조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 연예인 덕분에 팬들의 관심을 끄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물론이다. 하지만 상업예술도 예술이다. 뮤지컬을 예술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책임감은 서로 공감해야 하지 않을까.
그는 3월6일 KT&G 상상아트홀에서 오픈하는 뮤지컬 '아이러브유'에서 1인15역을 연기한다. 2004년 국내 초연된 '아이러브유'는 로맨틱 코미디 붐을 가져온 화제작이다.
― 초연 멤버로서 다시 서는데.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출연했다. 3년 만에 하니까 새 작품을 하는 것 같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아주 즐거우면서 진한 페이소스를 담고 있다. 많이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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