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2.27 16:44 | 수정 : 2009.03.01 09:50
5修 끝 대학 입학, 10년 만에 연극 컴백
원하는 일은 얼마나 걸리든 해내고 말아
<이 기사는 weekly chosun 204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수로(39·본명 김상중)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도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려낼 줄 아는 배우다. 그는 SBS ‘패밀리가 떴다’에서 ‘천데렐라’로 불리는 후배 이천희를 장난스럽게 괴롭히는 ‘김계모’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김수로의 예능인 변신 성공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러브콜’을 하기에 충분한 정도다. 하지만 그는 예능인으로서 외연을 확장하기보다는 연극 ‘밑바닥에서’(3월 22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를 통해 무대를 선택했다. ‘밑바닥에서’는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가 1902년 발표한 희곡으로 싸구려 여인숙을 배경으로 해 인간군상을 그린 작품이다.
“저는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왔고 제 고향 역시 연극무대예요. 영화를 통해 김수로라는 배우가 널리 알려졌고 요즘은 방송까지 하고 있지만 세 곳 중에서 사실 연극 무대가 가장 편해요.”
그는 세 분야에서 요구하는 김수로의 역할이 모두 다르지만 당분간은 각각의 느낌을 잘 살려 병행하겠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하며 인생을 살 수는 없잖아요. 연극은 비록 경제적인 풍요는 주지 못해도 제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배우로서 성장하게 해줘요. 영화와 방송을 통해서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제 이름을 알릴 수 있고 물질적인 대가도 안겨주죠. 이들을 잘 조합해 나가는 게 바람직한 것 같아요. 특히 예능의 경우에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물론 예능에만 치중한다면 배우로서의 색이 퇴색될 텐데, 이처럼 연극과 영화 출연을 병행하니까 배우로서의 감도 잃지 않는 거죠.”
그가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다시 선 것도 연극계를 떠나 영화계로 갔을 때 자신에게 다짐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2000년 연극계를 완전히 떠나면서 10년 안에 다시 연극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올해가 거의 마지막 해였는데 그 약속을 지키게 됐죠. 제 자신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키려고 합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어요. 목표를 반드시 성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김수로가 열연 중인 ‘극단 유 고전의 향수 시리즈’ 1탄 ‘밑바닥에서’는 그가 연극 초기 시절 공연했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 연극을 올리자고 제가 ‘극단 유’로 대본을 가져갔어요. 이전에 연극 대본이 많이 들어왔었는데 상업적인 것이 많았죠. 재미가 없어도 메시지가 있든지 대문호의 명작이든지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안겨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극히 상업적인 연극은 하고 싶지 않았죠. 관객들에게 고전의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고요.”
“방송에서 받은 사랑 연극으로 보답
조재현 선배처럼 공연기획 하고 싶어”
요즘처럼 어려운 연극 시장에서 고전이 주는 심리적인 장벽은 흥행에 대해서 주변 사람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많은 분들이 ‘고전연극 하면 망하는데 어쩌려고 그러냐’고 걱정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망하지 않게 홍보 전략을 잘 세우면 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면 돈은 많이 못 벌어도 보신 분들이 고전의 향기를 느끼고 돌아가시지 않겠느냐’고 설득했죠.”
예상대로 이번 연극을 보고 ‘조금은 무겁다’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철학적인 주제를 던져주기 때문이죠. 우리가 힘들어도 살 수 있는 것은 ‘내일은 오늘보다 낫겠지’라는 생각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니, 미래가 무슨 필요 있어. 지금 먹고사는 게 더 중요하지. 현재가 있어야 미래도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고요. 두 가지를 놓고 고민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줄 거예요. 어려운 주제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김수로 때문에 연극을 찾았던 분들이 이 작품을 보고 다음 고전을 감상하실 때에는 덜 힘들 수 있을 거예요. 그게 제가 가진 목표이기도 하고요.”
이번 공연에는 영화 ‘울학교 ET’에 함께 출연했던 이민호(‘꽃보다 남자’의 구준표 역)를 비롯해 장동건, 이효리, 김종국, 감우성, 김민선 등이 다녀갔다. 모두 김수로와의 끈끈한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 동료, 선후배들이다.
지금까지 김수로는 30편 정도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리고 그의 부인 이경화씨도 SBS 공채 출신 탤런트다. 이씨는 최근 종영한 SBS ‘바람의 화원’에서 문근영의 어머니 역으로 출연했다. 연기자 가정의 가장인 김수로는 2009년 동국대 공연예술학부에 3학년으로 편입했고 공연 프로듀싱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조재현 선배가 연극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잖아요. 저도 저만의 색깔을 가지고 공연 기획을 해보고 싶어요. 좋은 배우들을 무대에 세워 연기 경험을 쌓게 해주고 의미 있는 작품도 개발하고요.”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