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입담은 시원한데… 결말이 시시해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2.26 06:16

서울은 탱고로 흐른다

탱고를 추는 주윤발(조원희·오른쪽)과 단비(석호진). /레퍼토리 제공
눈앞에 탱고가 흐른다. 남녀 한 쌍이 뒤엉키는 엇박자의 춤이다. 주인공이자 해설자인 주윤발(조원희)은 "품 안으로 들어오다가 늑골을 관통해 빠져나가 버리는 안타깝고 서글픈 춤"이라고 말한다.

연극 《서울은 탱고로 흐른다》(김태수 작·오순한 연출)는 파국을 예고하며 이렇게 열린다. 윤발은 신문기자이고 따라서 '주 기자(죽이자)'로 불린다. 변비 3주째, 그가 사는 원룸의 하수구도 꽉 막혀 있다. 항문외과에서 만난 간호사 단비(석호진)가 "윗입이 맑아야 아랫입도 맑지요"라고 말하자, 윤발은 무한한 신뢰감과 편안한 소속감을 느낀다. 사랑의 시작이다.

이 연극은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칼맨》을 쓴 극작가 김태수의 신작이자 김태수 레퍼토리의 창단공연이다. 연출가 중심의 대학로에서 작가 이름을 딴 극단의 등장은 이례적이라 반갑다.

《서울은 탱고로 흐른다》는 극을 끌고 가는 솜씨, 시원한 입담, 긴장과 이완의 재미 등 이야기꾼 김태수의 장점이 살아 있는 대중극이다. 윤발이 단식 중인 야당대표의 방에서 맥도날드 햄버거 포장지를 발견하는 특종을 하고도 점점 궁지에 몰리는 이야기 등 우스꽝스러운 설정을 확대 재생산한다. 블로그에 쓴 이모티콘을 배우의 몸으로 표현하는 연출도 재미있다.
"절대 영웅은 절대 고독하다"는 주윤발 영화의 마무리를 본뜬 결말은 예측 가능하기에 좀 허탈하다. 윤발의 절박한 사정은 희극적인 설정들과 종종 엇박자다. 탱고가 좀 더 극을 관통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공호석·박기산·조원희 등의 노련한 연기는 믿음직스럽다. 객석 반응은 좋은 연극이다.

▶3월 22일까지 대학로 두레홀2관. (02)741 -59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