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도전, 하지만 행복한 탐색"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2.26 06:16

무용 'in-i' 내한공연 갖는 영화배우 쥘리에트 비노슈
퐁네프의 연인 그녀가 춤을 춘다

프랑스 영화배우 쥘리에트 비노슈(Binoche·45)가 춤을 춘다. 3월 19~21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in-i(내 안에서)》에서다. 전문 무용수들도 은퇴를 생각할 나이에 무용으로 '점프'를 감행한 비노슈는 "3차원 공간에서 더 크게 움직여야 하는 무용은 두렵지만 매혹적인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in-i》는 《퐁네프의 연인들》 《세 가지 색-블루》 《데미지》에서 부서질 것 같은 이미지로 기억되는 비노슈의 무용 데뷔작이다. 약속·배신·집착 등 사랑의 여러 풍경을 이어 붙인 이 작품에서 비노슈는 발레리나 실비 길렘과 《신성한 괴물들》을 공연했던 무용수 아크람 칸(방글라데시계 영국인)과 함께 2인무를 춘다. 순회 공연차 호주에 있는 그녀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춤출 줄 몰라도 대담해져야 했는데, 옆에 아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이었다"고 했다.

―연습 초반에는 통증으로 온몸이 뻐근했을 것 같다.

"연습을 하는 동안 난 멍투성이였다. 하지만 힘이 생기면 몸의 저항, 즉 통증이 사라지고 평화로워진다.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어느 순간 살아 있다는 행복감이 전해진다. 나는 이제 과거에 없었던 근육을 느낄 수 있다."
《in-i》의 쥘리에트 비노슈. 거칠지만 강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LG아트센터 제공
―공포를 어떻게 이겨냈나?

"훈련된 몸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 당연히 두려웠고 좌절감도 느꼈다. 하지만 다른 표현 형태를 탐색하는 일은 즐거웠다. 나는 연기할 때나 그림(그녀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릴 때 내 몸을 믿는다. 무용에도 잠재력은 있다고 생각했지만 7개월씩 세계 투어를 할 정도인 줄은 몰랐다."

―초연 이후에도 도전을 후회한 적이 있는지?

"이 작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관객의 표정과 박수 소리가 진실한 것이라면 나와 아크람이 감정을 건드리는 어떤 언어를 발견한 것 같다."

―당신은 아크람으로부터 춤을 배웠다. 아크람에겐 어떻게 보상했나?

"《in-i》는 대사(영어)가 있는 무용이다. 아크람은 말에 감정을 뭉치는 것을 힘겨워했다. 배우인 나는 하루 종일 울거나 하루 종일 웃는 것에도 익숙하다. 아크람이 내게 배웠다면 아마도 그런 부분이었을 것이다."

―《in-i》에서 벽을 이용해 춤추는 장면이 강렬하다.

"누구에게나 자기 안에 벽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벽도 존재한다. 이 작품에서 벽은 우리가 부둥켜안고 또 춤춰야 할 파트너로서의 벽이다."

―거친 춤으로 머리가 헝클어지고 땀 범벅이 될 때 어떤 기분인가?

"이 작품의 주제는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이다. 예쁘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았다. 알몸이 되는 것은 사랑에의 탐색이다."

―《in-i》로 당신은 달라졌나?

"겪은 적 없는 강렬한 경험이었다. 2년 동안 영화를 접을 정도로, 다 던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모험이었다. 올여름 이란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는데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는 그때 알 수 있을 것 같다."


▶3월 19~21일 LG아트센터. 공연시간 70분. 한글 자막 제공.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