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2.18 02:42
에스토니아 필하모닉 체임버 콰이어 내한공연
라트비아·리투아니아와 함께 '발트 3국'으로 불리는 에스토니아는 인구 130만명 남짓의 작은 나라다. 스웨덴·러시아와 독일에 이어 다시 소련까지 700여년간 외세에 시달렸던 이 나라에서 합창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1987년 수도 탈린(Tallinn)에서는 30만명의 시민이 개혁·개방 바람을 타고 거리로 뛰쳐나와 소련 체제에서 금지된 노래들을 부르며 자유를 갈구했다. 이듬해 열린 합창제 '에스토니아의 노래'에도 30만 가까운 인파가 모여들었고, 정치가와 사회 운동가들까지 가세하면서 노래가 독립운동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됐다. 이 운동은 1991년 독립 때까지 4년간 계속됐고, '노래하는 혁명'(The Singing Revolution)으로 불렸다. 에스토니아 필하모닉 체임버 콰이어(EPCC)의 아넬리 운트(Anneli Unt) 사무국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평소에는 좀처럼 자기 자신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수줍은 성격이지만, 그렇기에 노래는 언제나 감정이나 의사 표현의 좋은 수단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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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8년 시작한 에스토니아의 합창제는 140년 이상의 전통을 지니고 있다. 5년마다 1차례씩 전국의 모든 아마추어와 직업 합창단이 노래를 위해 모여든다. 참가자와 관객까지 무려 2만~3만명이 참가하는 이 합창제는 에스토니아의 국가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아넬리 운트 사무국장은 "에스토니아의 모든 아이는 7세에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매주 2차례씩 합창 수업을 받고 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른다. 언어와 수학과 지리를 배우듯 그렇게 일상적으로 합창을 익힌다"라고 말했다.
'노래하는 나라' 에스토니아 최고의 전문 합창단인 에스토니아 필하모닉 체임버 콰이어가 다음 달 1일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1981년 창단한 이 합창단은 에스토니아 출신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종교 합창곡을 잇달아 녹음하며 2007년 그래미상 최우수 합창 연주상 수상 등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들이 2002년부터 발트해 인근의 지역 음악과 현대 음악을 녹음해온 〈발트해의 목소리(Baltic Voices)〉 음반 시리즈 역시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그라모폰, 프랑스 디아파종 등 전 세계 일간지와 음악 전문지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이 합창단은 다음 달 내한 공연에서도 패르트와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멘델스존의 합창곡들을 부른다. 아넬리 운트 사무국장은 "패르트의 음악은 미니멀리즘에 가까울 만큼 단순하면서도 투명하게 들리지만, 동시에 종교적이고 영적 깊이를 갖추고 있어 현대인들에게 더 많은 감동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 필하모닉 체임버 콰이어 내한 공연, 3월 1일 오후 7시, LG아트센터, (02)200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