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의 불협화음] 반복하라, 중독성은 음악성을 이긴다

  • 이지혜·작곡가

입력 : 2009.02.12 03:22 | 수정 : 2009.02.12 07:47

뮤지컬 돈주앙의 '샹제'

프랑스 뮤지컬 《돈주앙》을 보았다. 주지훈의 뮤지컬 나들이라는 이유로 화제가 되고 있는 공연이다. 강태을·김다현·주지훈 트리플 캐스트 중 나는 '강주앙'으로 감상했다. 물론 장안의 많은 여인네들처럼 모델 출신 초(超)미남자의 무대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나, 서울 종로구민인 나로서는 성남아트센터까지 머나먼 여정을 다시 해낼 자신이 없기에 주지훈(주주앙)은 남들 후기나 읽으며 만족하기로 했다.

프랑스 뮤지컬은 전략적으로 히트곡을 낸다는데 이는 마케팅에 엄청난 도움을 준다. 노래가 마음에 들면 공연에도 호기심이 생겨 표를 구매할 확률이 높아지니까. 《돈주앙》의 경우는 불어권인 캐나다 퀘벡에서 17주 연속 최다 라디오 방송 횟수를 기록했다는 〈샹제(Changer)〉였다. 사랑에 빠진 돈주앙과 마리아가 부르는 이 곡은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는 단순하고 스위트한 멜로디(지인의 표현에 의하면 '어째 베이징올림픽 주제가 같은 삘')와, 꼭 스페인의 태양 아래서가 아니라 이글루 속, 뽕밭, 혹은 달밤의 물레방앗간 어디서나 무리가 없을 무난한 가사("이제 난 새로워졌지/ 그대를 만나고 난 변했어/ 어떤 시련에도 결코 변치 않을 사랑~)를 가졌다.
한국어 노래와 스페인 플라멩코가 어우러지는 뮤지컬《돈주앙》. /NDPK 제공
추측건대 애초에 이 모든 것을 계산해서 곡을 만들고 뮤직 비디오를 찍고 또 밀었으리라. 히트 상품 제조의 이면에는 모종의 치밀한 작전이 있는 법 아닌가. 그런데 한국 프로덕션에서는 〈샹제〉를 전면적으로 밀고 있는 것 같지 않다. 태양과 정열이라는 돈주앙의 이미지에 비해 이 곡이 좀 너무 '달달'해서인지도 모르지만.

사실 아주 이상하지만 않으면 반복해서 들었을 때 대부분의 노래는 좋게 들리기 마련이다. 왜? 그놈의 정 때문에! 그리하여, 매스미디어의 공격을 피할 수 없는 작금의 시대에 '작전'은 때로 음악성 자체보다 100만배쯤 더 중요하다. 나 역시 최근 《꽃보다 남자》를 몇 회 보고 난 후 딱히 좋지도 않은 노래들이 입에 짝 붙어버리고 말았다. 아아, 이것은 누구의 음모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