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키호테의 이름으로 스스로를 구원하시길…

  • 성남문화재단
  • 글=서주연(무용 칼럼니스트)
  • 사진제공=유니버설발레단

입력 : 2009.02.11 10:14

유니버설발레단 '돈 키호테'

2009년 유니버설발레단의 시즌 오프닝 주역은 바르셀로나 광장을 무대로 한 '돈키호테'다. 스페인에 대한 로망 때문인지, 우리의 다이나믹한 정서와 스페인의 열정이 공명하기 때문인지 '돈키호테'는 무대에 올려 질 때마다 관객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는다. 무용수가 코믹한 연기를 하면 객석에서 웃음이 터지고 화려한 발레 테크닉을 구사하면 함성과 박수가 나온다. 환상을 좇는 엉뚱한 돈키호테를 따라가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현실세계로부터 해방된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고전발레

고전발레의 아버지 마리우스 프티파가 미구엘 드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토대로 1869년 안무했으며 루드비히 밍쿠스가 음악을 맡았다. 알렉산더 고르스키가 1900년에 프티파 버전을 새롭게 각색했으며 이는 현재 러시아 키로프발레단을 통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프티파는 소설의 두 챕터를 선택해 작품 줄거리로 재구성했다. 주된 내용은 키트리와 바질이 벌이는 결혼 해프닝으로 돈키호테와 산초의 이야기는 변두리에 지나지 않는 점이 소설과 다르다.

'돈키호테'는 완벽한 질서와 디베르티스망을 추구하는 고전시대의 작품이지만 '백조의 호수'와는 상반된 매력을 지녔다. 1막과 3막 1장은 유머와 이야기가 가득 차 있으며 2막과 3막 2장은 고전발레의 미학을 선보인다. 무용수는 농담을 던지듯, 춤을 추며 가볍고 경쾌한 무대 분위기를 조성하다가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정교한 선의 아름다움이나 우아함을 선보이고 나아가 발레기교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놀라움을 주기도 한다. 이렇듯 '돈키호테'는 대중성과 예술성이 적절하게 조우하는 점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이런 점은 발레를 처음 접하는 관객도 공연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이점이 되기도 한다.

프티파는 '돈키호테'를 안무하기 전, 직접 스페인을 찾아 와 춤을 배웠다고 한다. 이는 작품 곳곳에서 묻어나는 스페인 춤의 흔적에서 알 수 있다. 발레리노는 스페인의 상징인 투우사 의상을 입고, 발레리나는 1막과 3막 1장에서 클래식 발레 튀튀가 아닌 주름이 많이 들어간 긴 치마를 입는다. 이 의상은 스페인의 전통춤인 플라멩코 의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녀들은 무용수가 춤을 추기 시작하면 치마를 흔들거나 박수를 치며 흥을 돋우기도 한다.

발레동작 역시 스페인의 정열을 고스란히 전한다. 골반이나 어깨를 사용하는 동작이 많고 턱을 사용해 거만하고 때론 열정적인 에너지를 풍긴다. 팔꿈치를 구부려 골반에 손바닥을 올리는 자세와 토슈즈로 바닥을 내리 꽂는 동작, 일련의 동작구를 여러 번 빠르게 반복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동작을 통해 무용수는 유쾌함과 강렬함을 관객에게 전한다. 동작의 역동성은 관객뿐 아니라 무대에서 춤을 추는 무용수에게도 기쁨이다. 발레리나 황혜민은 “'돈키호테'의 키트리는 최고의 에너지와 테크닉을 요구하는 역할인 동시에 가장 흥겹고 신나게 출 수 있는 춤이어서 매번 무대에 오를 때마다 설레고 흥분된다.”라고 말한다. 

남녀 파드되의 경우에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도 모험과 탐험을 함께 택한다. 발레리노가 발레리나를 한 손으로 들어 올려 힘을 과시한다거나 속도감 있게 파트너를 내던지는 파트너링을 주로 선보인다. 아슬아슬한 긴장감은 인물의 유머러스한 캐릭터와 적절한 배치를 이루고 있어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돈키호테'

유니버설발레단의 보석같은 무대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 1997년 올레그 비노그라도프 예술 감독의 개정안무로 국내 초연했으며, 그 해 무용평론가들이 뽑은 ‘1997년 최고의 무용작품’으로 선정되었다. 초연 이후 국내에서는 1998년, 2000년, 2003년, 2005년에 재공연 되었다. 2000년에는 영국에서 공연하여 당시 영국의 저명한 무용 평론가 데브라 크레인으로부터 “무대 전체가 파스텔 톤으로 은은히 빛나는 하나의 작은 보석!”(The Times 誌) 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돈키호테'는 키로프발레단 버전의 3막, 4막을 3막 1장과 2장으로 개편한 작품이다. 또한 공연 30분전 문훈숙 단장의 해설과 공연 중 실시간 자막을 통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다. 주역으로는 강예나, 황혜민, 강미선, 황재원, 이현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러시아)가 무대에 오르며, 이들 중 에너지가 강하고 연기력이 뛰어난 강미선의 키트리가 주목된다.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일시 : 2월 26일~3월 1일 평일 7시 30분 / 토 3시 30분, 7시 30분 / 일 3시
장소 : 유니버설아트센터
문의 : 070-7124-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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