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브릿팝<British Pop>' 열풍, 왜…

  • 송혜진 기자

입력 : 2009.02.09 03:06

장르 경계 없고 서정적 멜로디가 우리 취향과 비슷

"이젠 미국 팝 가수들조차 브릿팝을 흉내내는 음악을 내놓는 시대가 열린 듯하다." 팝 평론가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침체기를 맞았던 '브릿팝(British Pop)'이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한다. 작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각종 록 페스티벌에서 영국 밴드들이 큰 호응을 얻은 데 이어, 트래비스(Travis)·오아시스(Oasis) 등 90년대 '브릿팝'의 열풍을 주도했던 밴드도 3·4월 잇달아 내한 공연을 추진 중이다.

경계가 무너졌다… 대중은 환호한다

최근 전 세계 20~30대 음악팬들에게 지지를 얻고 있는 영국 팝밴드 '레이저 라이트(Razor Light)'. 이들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장르를 생각하고 음악을 만들지 않는다. 다만 춤을 출 때도 슬플 때도 들어도 좋은 노래, 무엇보다 걸어다니면서 듣기 좋은 음악을 지향할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의 음악은 경계를 나누기 애매한 지점에 있다. 정통 영국 록 밴드의 음악도, 댄스 음악도 아니어서 서정적인 동시에 음울하고 경쾌하다.
오는 3월 1일 내한공연을 앞두고 있는 영국 브릿팝 대표주자‘트래비스’(사진 위), 4월 1일에 찾아오는‘오아시스’(사진 아래). / 옐로우나인 제공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씨는 "록과 팝의 경계가 무너진 음악, 정통파냐 아니냐 식의 구분 자체가 의미 없어진 음악이 브릿팝"이라며 "바로 그 점 때문에 일반 대중들이 브릿팝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 록 음악의 퇴조도 '브릿팝'의 약진을 두드러지게 하는 요인. 소니뮤직 이세환 과장은 "최근 미국 음악시장에서 '펄잼'이나 '너바나' 같은 록 스타가 나오지 않고 있는 데다, 신예밴드들도 브릿팝에 가까운 노래들을 주로 내놓고 있다"며 "과거엔 미국 록 음악과 영국 록 음악의 색깔 차이가 분명했지만, 이젠 그냥 들어선 구분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감수성을 건드리는 멜로디

홍콩·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브릿팝의 약진은 두드러지는 현상. 김작가씨는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 취향엔 살짝 느끼한 미국 음악보다는 브릿팝이 더 잘 맞는 편"이라며 "서정적인 멜로디에 음울함을 더한 느낌이 우리나라 가요와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2008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팔아 치운 '콜드플레이(Cold play)', 11년 만에 새 음반을 내놓은 '버브(Verve)' 등이 선보이는 관조적인 멜로디가 감성적인 노래에 약한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것. '트래비스'의 내한공연 기획사 홍희선 과장은 "힘 있지만 담백한 사운드, 귀에 쉽게 들어오는 멜로디가 한국 관객을 사로잡은 것 같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