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2.09 03:08
내달 6일 내한공연

쿠프만은 전화 인터뷰에서 "1960년대의 고음악은 마치 언더그라운드 운동과 흡사했다. 대형 무대에 설 수 없어서 작은 교회에서 연주했고, 우리가 청바지 차림으로 연주하면 장발(長髮)의 청중이 때로는 담배를 피워가며 듣곤 했다"며 웃었다. 이를테면 클래식 음악계의 록 그룹과 비슷했던 셈이다. 그는 "1960년대 청년 문화에는 기성 세대에 대한 저항이 깃들어있었던 것처럼, 당시 고음악 운동에도 고전·낭만파 음악만 연주하던 주류 음악계에 대한 비판이나 자성의 뜻이 있었다"고 말했다. 쿠프만은 1979년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ABO)'를 직접 만들고 고음악 운동에 본격 투신했다.
고음악의 거장인 쿠프만이 음악 활동 40년, ABO 창단 30주년을 맞아 처음 한국을 찾는다. 다음 달 6일 성남아트센터가 무대다. 헨델 서거 250주기와 하이든 서거 200주기를 맞아 자신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헨델의 〈수상음악 모음곡 1번〉과 하이든 교향곡 83번 〈암탉〉 등을 선사한다.
쿠프만은 1994년부터 10년간 바흐(Bach)의 칸타타 전곡을 녹음하는 대장정에 뛰어들었다. 음반 67장에 이르는 거대한 분량으로, 2001년 소속 음반사가 예산 문제로 손을 떼자 아예 쿠프만은 직접 음반사를 차리고 작업을 계속해갔다. 그는 "내 이름인 쿠프만은 영어로 '상인(merchant)'이라는 뜻"이라며 "음악만이 아니라 경영까지 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의 음반사 '앙투안 마르샹(Antoine Marchand)'은 자신의 프랑스식 이름이다. 2004년 바흐 칸타타 작업을 마친 뒤에는 바흐가 젊은 시절 커다란 영향을 받았던 선배 작곡가 북스테후데(Buxtehude)의 전곡 녹음으로 '바로크 여정(旅程)'을 이어가고 있다.
쿠프만은 주로 자신의 악단과 활동하지만, 뉴욕 필하모닉과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시카고 심포니 같은 현대식 대형 오케스트라도 종종 지휘한다. 지난해 연말에는 한국 소프라노 임선혜가 독창자로 참여한 가운데 뉴욕 필을 지휘하며 헨델의 《메시아》를 연주했다. 그는 "우리 악단과 연주할 때는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단원들이 알고 있기에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지만, 현대 오케스트라들과 작업할 때는 박자와 강약부터 모든 걸 새롭게 도전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쿠프만은 예전에는 "모차르트가 숨을 거둔 해(1791년)까지의 작품만 연주한다"고 할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고음악에 매달렸지만, 최근에는 베토벤·슈만과 슈베르트까지 조금씩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는 "내게는 슈만과 슈베르트가 현대음악이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고음악의 1세대'인 그는 "30~40년 전 우리는 문헌과 자료, 악보들을 찾아내고 공부하면서 길을 찾아갔다. 우리도 실수할 수 있고 경직된 원칙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젊은 연주자들도 스스로 연구하면서 우리의 잘못을 지적하고 도전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톤 쿠프만과 암스테르담 바로크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3월 6일 오후8시 성남아트센터, (031)78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