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 개관작에 '맹진사댁 경사'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2.05 03:11

6월5일 개막 2주간 공연

2005년 국립극단이 공연한 연극 <맹진사댁 경사>. /조선일보DB
'명동 연극 시대'의 부활을 알릴 명동예술극장(극장장 구자흥) 개관작은 연극 《맹진사댁 경사》로 결정됐다. 연극계 관계자는 "생존 작가의 작품을 올리면 특혜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에 개관작 선정에 고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오영진(1916~1974)이 쓴 희극 《맹진사댁 경사》는 차범석의 비극 《산불》과 함께 20세기 한국 희곡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이병훈은 "이 작품에는 한국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양반사회의 허영과 결혼 풍습 등이 고루 담겨 있다"면서 "과거 명동극장 무대에 올랐던 배우들을 가능한 한 많이 섭외해 연극인들의 축제로 꾸밀 것"이라고 밝혔다. 6월 5일 개막해 2주가량 공연될 예정이다.

1960~70년대 연극의 중심은 명동이었다. 1934년 문을 연 명동극장에서는 차범석의 《산불》(1962), 장민호의 《파우스트》 등 명작이 초연됐고, 김동원·백성희·이순재·최불암·김혜자·박정자·추송웅 등도 '명동'의 배우들이었다. 남산에 국립극장이 생기면서 없어진 이 공연장이 34년 만에 명동예술극장으로 복원되는 것이다. 1934년 일본 건축가가 지었다는 바로크 양식의 우아한 건물 외관은 지금도 그대로다.
《맹진사댁 경사》는 명동극장 시절의 히트작이었다. 1969년 5월, 극단 실험극장이 올린 이 연극은 6일간 낮·밤으로 12회 공연하며 전회 매진됐다. 극장 입구에는 관객이 100m 가까이 줄을 섰다. 김순철·선우용녀·오현경·김동훈·김상순·이정길·여운계·박주아 등 당시 출연진은 지금 봐도 화려하다. 특히 고 김순철은 '틀 자체가 맹진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맹진사댁 경사》는 판서댁 아들을 사위로 맞아 세도가의 사돈이 되려던 맹진사가 자기 꾀에 속아 망신당하는 이야기다. 판서댁 아들 미언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에 놀란 맹진사는 딸 이쁜이 대신 하녀 갑분이를 시집보내는데 혼인날 미언은 늠름한 사내로 나타난다. 진실한 사람과 결혼하려고 낸 거짓 소문이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60년 넘게 공연되며 세월을 견디는 보편성을 증명했고, 때로는 《시집가는 날》이라는 제목으로 관객을 만나왔다.

연극평론가 유민영은 "탈춤과 판소리 등이 대부분 해피 엔딩인 것에서 드러나듯 대립정신이 약한 한국에서는 비극이 잘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맹진사댁 경사》는 그 희극적 전통을 현대에 계승한 수작"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