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너는 내 운명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2.04 03:13

내달 서울서 가곡 리사이틀 갖는 마티아스 괴르네
97년 하이페리온 음반 '겨울 나그네' 불러 스타
다시 슈베르트로 돌아와 250여곡 새로 녹음하기로

다음달 세종체임버홀에서 슈 베르트의 가곡들로 내한 리사 이틀을 갖는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세종문화회관 제공
영국의 명문 음반사 하이페리온(Hyperion)은 지난 1987년 슈베르트의 가곡 전곡을 음반으로 내놓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했다. 모두 37장(CD)에 이르는 이 방대한 녹음은 완성에만 13년이 걸렸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가 남긴 노래들을 서로 다른 목소리로 모두 녹음한다는 계획은 전 세계 성악가와 팬들을 설레게 했다. '3대 연가곡(連歌曲)'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겨울 나그네〉〈백조의 노래〉를 누가 부를지가 초미(焦眉)의 관심사였다.

'깜짝 캐스팅'에 가까운 발표는 신선한 충격의 연속이었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는 당시 32세에 불과했던 미성(美聲)의 테너 이안 보스트리지(Bostridge)에게 돌아갔고, 그는 그해 그라모폰상을 수상하며 도박이 적중했음을 알렸다. 뒤이은 1997년 〈겨울 나그네〉 역시 갓 서른의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Goerne)가 주인공이었다.

젊은 나이나 경력을 우려하는 팬이나 비평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소프라노)와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바리톤)라는 당대의 남녀 성악가를 모두 사사한 자신이 적임자라는 걸 입증해냈다. 이 음반으로 괴르네는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의 베스트 음반상'을 수상하며 세계 음악계에 눈부시게 데뷔했다. 괴르네는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에는 외로움과 고통, 사랑받는 기쁨과 사랑받지 못하는 슬픔이 모두 어려 있다. 그의 노래를 부를 때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삶의 경험과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괴르네가 3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에서 다시 슈베르트를 부른다. 다음달 13일 서울 세종체임버홀에서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를 들려준다. 그는 2006년 한국 팬들에게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와 〈겨울 나그네〉를 선사한 바 있어 이번 내한은 슈베르트의 '3대 연가곡'을 완결짓는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14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을 들려준다. 괴르네는 "유럽 팬은 저변이 넓지만 나이든 관객이 많은 반면 한국 청중은 음악에 열려 있고 즐길 줄 아는 젊은 층이 많은 것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세계 굴지의 음반사인 데카(Decca)에서 활동하던 괴르네는 슈베르트의 가곡을 다시 녹음하기 위해 최근 하르모니아 문디(Harmonia Mundi)로 소속사(社)를 옮겼다. 이를테면 슈베르트에서 출발했던 그가 슈베르트로 복귀하는 셈이다. 괴르네는 "앞으로 3년간 음반 12장으로 슈베르트의 가곡 250여곡을 새롭게 녹음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전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지휘자 겸 명피아니스트 크리스토프 에센바흐(Eschenbach)와 도이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인 잉고 메츠마허(Metzmacher) 등이 이 녹음의 피아노 반주를 자청했다. 괴르네는 그토록 슈베르트가 매력적인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가곡은 슈베르트의 음악세계에서 핵심을 차지하며, 그의 노래는 고통마저 정직하다"고 답했다.

▶마티아스 괴르네 리사이틀, 3월 13일 오후 8시, 14일 오후 7시, 세종체임버홀, (02)399-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