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고 발레리노 김용걸 프랑스서 돌아와 교수 된다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2.03 03:08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모던 발레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김용걸은 러시아 클래식이 대세인 한국 발레계에서는 이색적인 존재다. /조선일보DB
한국 발레 최고의 발레리노(남자 무용수)로 통하는 김용걸(36·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이 귀국해 대학교수가 된다. 사실상 은퇴다.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는 2일 "김용걸이 특채로 임용돼 올가을 학기부터 무용원에서 발레 실기를 강의한다"고 밝혔다. 김용걸은 "글로벌 발레 무대에서 쌓은 경험과 기량을 후배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용걸은 2000년 1월 짐을 싸 프랑스로 가기 전까지 국립발레단의 스타였다. 스물일곱 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자리를 버리고 해외의 벌판으로 나가기엔 부담스런 나이였다. 1998년 파리국제발레콩쿠르 1등 상을 받은 김용걸이었지만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는 견습생 오디션부터 뚫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세계 무대에서 가장 높이 도약한 한국 발레리노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은 세계 최고의 발레단(단원 180명)이지만 외국인 단원이 5%에 불과할 정도로 배타적인 곳이다. 김용걸이 최초의 동양인 남자 무용수로 입단해 밑바닥부터 쉬제(위에서 3번째 등급)까지 올라간 것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 강수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 김지영보다 대단한 성취라는 평이다.
황지우 한예종 총장은 지난달 초 김용걸을 국내로 불러 직접 인터뷰했다. 한예종 관계자는 "유학파가 아닌 국내 토종으로서 김용걸은 우리 발레계의 도약을 이끌었던 발레리노"라며 "그가 10년 가까이 세계 최고의 발레단에서 익힌 기술과 표현력, 훈련 프로그램을 이식받게 됐다"고 말했다. 김용걸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춤을 즐기고, 자신이 최고라고 믿으면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다"면서 "한국에서 후배들을 키우면서 안무에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국내 최고로 꼽히는 한예종 무용원의 발레 전공자는 3분의 1이 남자(발레리노)지만 그들을 가르치는 교수는 여성이거나 외국인이었다. 한 무용계 관계자는 "사제지간에 무대에서 물려줘야 할 것도 있지만, 무대 밖에서 교수들이 남성 제자와 정서적으로 화학반응하기 어려운 것이 그동안 문제였다"면서 "김용걸의 교수 임용은 차세대 유망 발레리노들이 대학에서 글로벌한 마인드를 갖추고 기량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