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엄마 아빠 없어도… 우린 잘할 수 있어!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1.22 03:21

아동극 '고추장 떡볶이'

"움직이기만 해도/ 꼼짝 마, 손도 대지 마/ 더 망치지나 말고."

아동극 《고추장 떡볶이》(연출 김민기)에서 비룡·백호 형제가 처음 부르는 노래 〈아무 짓도 하지 마〉에 그려진 아이 엄마의 풍경은 처량하다. 엄마는 초등학교 3학년인 비룡, 유치원생 백호를 "아가"라고 부르다가도 "학원 늦겠다"고 소리친다. 싫다는 녹즙을 먹이면서 행여 다칠까 전전긍긍이다. 그래서일까. 연극은 아이들로부터 부모를 떼어놓으며 이야기의 방향을 튼다. 아빠는 해외출장 중이고 엄마는 맹장이 터져 입원한 것이다.

집에는 이제 비룡과 백호, 둘뿐이다. TV부터 켜고 놀던 아이들은 치카치카를 하면서 〈우린 할 수 있어〉를 부른다. "…그치?" "…오예!"를 반복하며 객석의 아이들까지 흥분시키는 이 노래는 소리 높여 외친다. 아이들도 뭐든지 잘 할 수 있다고. 꼬맹이라고 깔보지 말라고.

그러나 엄마의 보호 밖에 놓인 아이들은 금방 엉망이 돼 간다. 밥솥에는 밥이 없고 우유는 상했고 비룡은 가위로 깡통을 따다 다친다. 냉동실에서 꺼낸 흰떡에 간장, 계란, 설탕, 치약까지 넣고 떡국(?)을 끓인다.
5~10세 아이들이 호응하는 연극이다. 의사와 노는 병원 장면, 외할머니로 변장하는 대목, 고추장 떡볶이를 만드는 장면 등이 재미있다. 비룡·백호가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객석에서 "와, 진짜다" "나도 먹고 싶다" 같은 탄성이 새어 나온다. 2막을 열기 전 〈우린 할 수 있어〉 노래와 율동을 가르쳐준다. 2008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아동청소년연극상을 받은 작품이다. 평일 공연을 보면 컵 떡볶이를 덤으로 준다.

▶3월 1일까지 대학로 학전블루. (02)763-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