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1.21 04:38 | 수정 : 2009.01.21 07:27
뉴욕 크리스티 부사장 로버트 맨리

뉴욕 크리스티의 로버트 맨리(Robert Manley·42) 수석 부사장은 미술시장 불황기를 맞아 컬렉터들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에 대해 "지금!"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후(戰後) 및 현대미술 전문가다. 지난 19일 갤러리 관계자와 VIP 고객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국내 미술 경매시장은 2008년 낙찰총액이 전년에 비해 38% 가까이 떨어지는 등 경제 위기의 영향으로 휘청거렸다. 뉴욕과 런던 역시 경제 위기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작년 11월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도 작품 25%가량이 유찰되는 등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미술 전문지 〈아트 인 아메리카〉가 전했다.
맨리 부사장은 "뉴욕 크리스티는 호황이었을 때 낙찰률이 80%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68~70% 수준"이라면서 "2007년과 비교하면 활발하지 않지만 2000년과 비교하면 아직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1989년)이 1486만달러에 팔렸다고 소개했다. 가치 있는 작품을 찾는 사람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는 '미술시장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지겠느냐'는 질문에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올 상반기에는 경매 작품 수는 줄이되 질 높은 작품을 내놓아 낙찰률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잡으면 하반기부터 사정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즘 같은 침체기에는 어떤 작품이 탄력을 받을까. 맨리 부사장은 "불황이라 해도 작가별로 차이가 크다"고 강조했다. "칼더가 최근에 강세를 보였어요. 컬렉터들은 젊은 작가나 갑자기 가격이 뛴 작가보다 칼더같이 꾸준히 가격이 올라온 작가의 작품이 덜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는 "불황이든 호황이든 고객에게 하는 조언은 비슷하다"면서 "작품을 사기 전에 연구를 많이 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미술만 생각한다면 한국은 세계적으로 5위나 6위 정도의 큰 시장인 것 같다"며 "한국 컬렉터들은 현대미술도 잘 알고 작품 구매에도 열정적"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