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9.01.20 10:17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 내한 공연

래틀과 베를린 필이 남기고 간 본고장 브람스의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른 베를린의 오케스트라가 한국을 찾는다. 2009년 1월 31일 예술의전당에서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Rundfunk-Sinfonieorchester Berlin)의 콘서트가 그것. 극심한 경제 불황으로 인해 2009년에는 해외 연주단체의 내한공연이 격감할 것 같다는 전망이기에 이들의 내한에 더욱 관심이 간다.
베를린은 런던과 쌍벽을 이루는 오케스트라의 보고다. 둘로 쪼개어졌던 이 도시의 비극은 아이러니하게도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가장 많이 보유하게 되는 기반이 되었다. 2차 대전이 일어나기 전 이 도시의 대표 악단은 푸르트뱅글러의 베를린 필과 제국의 대표 오페라극장인 베를린 슈타츠오퍼의 오케스트라(Staatskapelle Berlin), 그리고 1923년 개국한 베를린방송국 소속의 오케스트라였다.
종전 이후 베를린 필은 서베를린에, 슈타츠오퍼와 베를린방송국은 동베를린에 속하게 되었다. 이후 양측은 상대에 맞서기 위해 또 다른 악단들을 발족시켰다. 베를린 필에 맞서기 위해 베를린 심포니(현 Konzerthausorchester Berlin)가 만들어졌고, 슈타츠오퍼에 대항하여 도이치오퍼(Deutsche Oper Berlin)가 세워졌다. 미군점령지방송국(RIAS) 소속의 오케스트라(RSO Berlin을 거쳐 현재는 Deutsches Symphonie-Orchester Berlin으로 개칭)가 새롭게 조직되었지만, 과거 베를린 방송국 소속의 오케스트라는 동베를린에서 자신의 전통을 계속 지켜나갔다. 이번에 내한하는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이 바로 그들이다.

독일 정통 오케스트라 & 김선욱의 협연
서베를린의 악단들이 보다 국제적이고 개방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반면, 동베를린 측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독일적인 분위기를 유지했다. 베를린 방송교향악단은 냉전 당시 하인츠 뢰그너가 20년간 장기집권하면서 일급 오케스트라로서의 위상과 과거의 전통을 계속 이어나갔다. 스페인 출신의 라파엘 프뤼벡 드 부르고스가 뢰그너의 뒤를 이으면서 이들의 보수적인 분위기도 다소 희석되었지만, 지난 2002년 독일인 이상으로 독일음악에 정통한 지휘자인 폴란드 출신의 마렉 야노프스키가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과거의 전통적인 색채로 재무장할 수 있게 되었다.
지휘자 야노프스키는 일급 오케스트라 조련사로 이름이 높다. 로얄 리버풀 필, 프랑스 국립 라디오 필, 드레스덴 필, 몬테카를로 필 등의 수장을 거쳤으며, 현재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를 겸직하고 있다. 그는 베토벤 이후의 독일계 음악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두어왔다. 스튜디오에서 바그너의 반지 전집을 완성한 극소수의 지휘자 중 한 사람이며, 리버풀 필과의 브람스 교향곡 전집, 프랑스 라디오 필과의 브루크너, 피츠버그 심포니와의 브람스와 브루크너 등등 비독일권 악단을 통해서도 독일계 교향곡 레퍼토리에서 훌륭한 성과를 이끌어내었던 지휘자다.
이번 내한공연의 레퍼토리는 악단과 지휘자의 장점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음과 동시에 대중성까지도 충분히 고려한 것들로 알차게 구성되었다. 베토벤 교향곡 5번과 피아노협주곡 4번, 그리고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 그것이다. 세계무대를 향해 도약중인 한국 피아노계의 기린아 김선욱이 협연자로 나설 예정이다. 김선욱은 지난 2007년 5월에 있었던 정명훈&프랑스 라디오 필의 내한 콘서트에서도 이 곡을 훌륭히 연주한 바 있기에, 이번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 역시도 크게 기대가 된다.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김선욱 협연)
일시 : 1월 31일 8시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문의 : 02-599-5743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