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디션, 그 환희와 아픔의 현장 속으로

  • 스포츠조선 김형중 기자

입력 : 2009.01.19 09:33

"제가 오늘 목 상태가 좋지 않아서요, 한번만 더 부를 수 없을까요?" 뮤지컬
오디션 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애교 섞인 요청이다. 오디션은 배역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있고, 환희와 아픔이 교차한다. 무엇보다 아무리 무명배우라도 오디션만 통과하면 스타덤에 오를 기회를 잡는다. 배우들이 눈에 불을 켤 수 밖에 없다.

오디션이 스타탄생의 장으로 정착했다. 신예 뮤지컬배우 신미연이 '렌트' 오디션에서 열창하고 있다. <사진 제공=신시뮤지컬컴퍼니>

#1. 목숨을 걸어라


지난 2002년 '렌트' 오디션장에 한 고 3 여학생이 뽀글뽀글 파마를 하고 나타났다. 주인공 '미미'를 위한 설정이었다곤 하지만 아직 앳된 고교생이 '난해한' 차림으로 등장하자 심사위원단은 깜짝 놀랐다. 이 여학생은 곧 숨겨둔 가창력으로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당당히 배역을 따냈다. 요즘 차세대 톱스타로 '드림걸스'의 주인공을 꿰찬 정선아다.


지난해 '내 마음의 풍금'에서 여주인공 '홍연' 역에 캐스팅된 장은아는 오디션 현장에 시골소녀 콘셉트를 완벽하게 갖추고 입장했다. 그녀를 본 김종헌 쇼틱 대표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가 "저기 홍연이가 오네"였다. 당연히 합격했다. PMC프로덕션 '난타'의 1기 멤버로 인기가 높았던 서추자는 원래 오디션에서 떨어진 케이스. 불합격 통지를 받고 나가다 화가 솟구쳐 입구에 있던 후라이팬으로 자신의 머리를 '꽝'하고 쳤다. 마침 이 장면을 본 이광호 PMC대표가 "스스로를 난타하는 기상이 맘에 든다"며 팔자를 바꿔줬다.


#2. "내가 그래도 스타인데…."


지금은 뮤지컬 톱스타로 자리잡은 핑클 출신 옥주현은 2005년 '아이다' 오디션 때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다른 지원자들을 피해 맨 마지막 순서에 등장했다. 그것도 남자 매니저옷을 걸치고, 선글래스를 쓴 채.


스타급 연예인이라도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으면 오디션의 관문을 피할 수 없다. 제작사에서도 이들의 위상을 고려, '프라이빗(Private) 오디션'을 시행하고 있다. 날짜를 따로 잡고, 시간을 각각 떼어놓아 서로간, 또 다른 지원자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것. 오디션 자체도 물론 비공개다. 떨어지면 쑥스럽기 때문이다. 이따금 제작사는 '프라이빗'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지만, 본인은 그렇게 생각할 때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속절없이 일반 지원자들과 섞여서 오디션을 봐야하는데, 대개 구석에서 선글래스를 끼고 있다가 순서가 되면 노래를 부르고 표표히 현장을 떠난다. 한편 남경주 최정원 등 뮤지컬 톱스타들도 대개 영상 오디션을 실시한다.

#3. 드림 컴 트루

오디션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오페라의 유령'(2001년) '맘마미아'(2004년) 등을 계기로 질적으로 변했다. 해외 프러덕션과 공동제작하는 작품이 늘면서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온 연출가, 안무가들이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나선 것. 국내 배우에 대한 선입관이 없는 만큼 의외의 스타들이 탄생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배우가 요즘 TV와 무대에서 상한가를 치는 박해미. 오랜 경력에도 공연계의 '변방'에 있던 그녀는 2004년 '맘마미아'에서 일약 주인공 '도나'로 캐스팅됨으로써 늦복이 터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콰지모도'를 맡아 혜성처럼 떠오른 윤형렬은 오디션 전만 해도 앨범 하나 내고 망한 무명가수였고, '미스 사이공'(2005년)에 뽑혔던 문혜영은 그 전에 했던 가장 큰 역할이 '명성황후'의 김상궁이었다.

 #4 중요한 것은 오로지 실력!

어디나 그렇듯 오디션장에도 눈에 띄는 캐릭터들이 있다. 가장 태도가 불량한 부류는 스스로를 톱스타라고 생각하는 배우들. 스케줄을 바꾸고, 와서도 늑장부리고, 태도도 불성실하다. 떨어졌을 때 반주가 안좋다, 악기가 이상하다라며 다시 기회를 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개 또 봐도 불합격한다. 애걸복걸파는 부지기수. 대개 "오늘 제가 몸이 안좋아서…"라는 말을 해놓고 연출자나 제작자를 붙잡고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다. 김용현 서울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오디션이 공정한 경쟁의 장으로 정착했다. 신인배우들은 물론 변신을 꾀하는 중견배우들에게도 기회의 장이다"라며 "중요한 것은 결국 끊임없이 노력해 실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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