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에 목마른 사람들… 서울시향 '동네음악회' 2만4천명 몰려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1.19 03:19

지휘자 정명훈씨 "음악으로 사회 봉사" 찾아가는 음악회 열어

주부 이인선(40)씨 가족에게 17일은 '클래식 나들이'를 하는 날이었다. 영하 9도까지 내려간 쌀쌀한 날씨였지만, 딸 정민정(12)양과 아들 민호(10)군의 손을 잡고 경기도 광명에서 버스로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까지 왔다. 이씨는 "평소 문화 혜택을 누릴 기회가 적었는데, 지휘자 정명훈씨가 서울시향과 공연한다는 소식에 아이들과 함께 왔다"고 했다. 이날 오후 7시부터 열린 '찾아가는 음악회'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온 관객만 2만4000여 명.

공연 1시간 전부터 예배당 3~5층에만 2만여 명이 들어찼고, 공연장에 직접 들어가지 못한 4000여 명은 예배당 1층과 인근 교회 사무실에서 대형 화면으로 공연을 관람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이날은 가족 관객이 특히 많았다. 이 교회 청년부 신도인 대학 3학년생 김명진(24)씨는 아버지 김영석(52)씨와 함께 나왔다. 아버지 김씨는 "클래식 공연은 오늘이 처음이지만, 워낙 지휘자와 교향악단이 유명해서 꼭 한번 보고 싶었다"고 했다.
정명훈(가운데)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17일 서울 구로구 연세중앙교회에서 열린‘찾아가는 음악회’에서 연주하고 있다. 이날만 2만 4000여 명의 청중이 몰렸다. /연세중앙교회 제공

지휘자 정명훈은 임기 3년으로 서울시향과 예술감독 재계약을 맺은 뒤 "음악가는 세상의 메신저이며, 사회에 도움되는 일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 직후 서울시향은 사흘 연속 공연 강행군을 펼치며 2만8000여 명의 서울시민과 음악으로 만났다.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기연주회(2155명), 17일 연세중앙교회의 '찾아가는 음악회'(2만4000여 명), 18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유니세프 북한 어린이 돕기 자선 콘서트(2000명) 등 공연 장소와 성격은 서로 달랐지만, "음악가들이 사회로부터 관심과 후원을 받는 만큼, 돌려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정 감독의 지론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서울시향은 3년 전인 2006년 1월에도 연세중앙교회에서 무료 콘서트를 열며 '찾아가는 음악회'에 불을 붙였다. 당시 음악회에도 2만여 명의 시민이 몰려들었다. 그렇기에 서울시향으로서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자리이기도 했다. 평소 말을 아끼는 지휘자 정명훈도 이날은 마이크를 잡고 "미안하다. 이 곳을 다시 찾아오는 데 3년이나 걸렸다. 지금 나라가 힘든 형편이지만, 세상을 위해 올해는 더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피겨 요정' 김연아의 배경 음악으로 친숙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셰에라자드〉를 연주한 뒤, 이 교회 성가대 300여 명과 함께 헨델의 〈할렐루야〉를 들려주는 장관을 펼쳤다. 감동한 2만여 청중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서울시향은 18일에도 예술의전당에서 북한 어린이 돕기 자선 콘서트를 열었다. 정명훈의 누나이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친선대사인 첼리스트 정명화가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협연했고,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신세계〉를 연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