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키신 '팝스타 안 부러워'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9.01.10 03:13

4월 리사이틀 입장권
예매 4시간 만에 동나

"C블록 1열 1번(공연장 한복판 맨 앞 좌석)은 내가 꼭~."

"그럼 1열 2번은 제가 꼭!"

"키신이 무섭긴 무섭군요. 하루 만에 전 좌석 완판(완전 판매)이라니…."

이번엔 공연 전부터 폭풍이 일었다. 지난 2006년 4월 첫 내한 공연 당시, 앙코르만 10곡으로 3시간15분의 '마라톤 연주회'를 열고 자정을 훌쩍 넘긴 팬 사인회로 한국 팬들을 홀렸던 러시아의 명(名)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Kissin·37)이 주인공이다.

오는 4월 2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두 번째 리사이틀을 앞두고 지난 8일 오후 2시부터 티켓 예매가 시작됐지만, 예매 시작 불과 4시간 만에 당일 예매 분량 2300장이 모두 동나고 말았다. 예매 사이트인 클럽발코니는 예매 신청을 하려는 팬들이 폭주하면서 잦은 서버 다운을 겪었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좌석을 구하려는 팬들 사이에 환호성과 한숨이 교차하기도 했다. 사실상 조용필이나 국내 가요의 아이돌 그룹이 부럽지 않은 인기다.
지난 2006년 4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예프게니 키신의 첫 내한 공연 직후, 관객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줄 서 있다. 당시 앙코르만 10곡을 선사했고, 사인회는 자정을 훌쩍 넘겨 끝났다. /크레디아 제공
지난 2006년 첫 내한 때도 공연 한 달 전에 전 좌석(2500여 석)이 매진됐고, 당시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 200여 명은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바깥 로비에서 모니터를 통해 3시간가량 묵묵히 관람하기도 했다.

키신은 생후 11개월 때 누나가 치는 피아노 선율을 듣고 따라서 흥얼거렸다는 일화가 있으며, 두 살 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 전형적인 '신동 출신'이다. 11세에 공식 데뷔하고 17세에는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했다.

정확한 테크닉과 성실함으로 특별한 콩쿠르 입상 경력 없이도 세계 정상에 올랐으며, 최근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을 녹음(EMI)하면서 '신동'에서 '거장'의 반열로 진입하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보통 많아도 4~5곡의 앙코르에 그치는 여느 연주자와 달리, 키신은 앙코르에 후한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1997년 영국 로열 앨버트 홀 연주회에서도 관객 6000명이 몰려든 가운데, 7곡을 앙코르로 들려줬으며, 수년 전 일본 공연에서는 무려 14곡의 앙코르를 들려줬다.

인기 절정에 있는 그를 초청하기 위해 국내 기획사들이 오래 전부터 앞다퉈 공을 들였지만, 수년치 연주 일정이 미리 잡혀 있어 국내 데뷔 무대가 늦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첫 내한 공연을 마친 직후, 키신은 "한국 관객은 이탈리아 청중보다도 열정적이다. 너무나 특별하고 환상적이다. 하루 빨리 다시 찾고 싶다"는 말을 남겼고, 그 말을 그대로 지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