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벼! 스트레스 연극 '강철왕' 오늘 개막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9.01.08 03:40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테인리스 인간'이 된 남자
속사포 같은 대사 가득한 코미디

새해 벽두부터 대학로에 눈길을 끄는 포스터가 붙었다. 《마리화나》 《이발사 박봉구》의 고선웅이 쓰고 연출하는 연극 《강철왕》이다. 포스터는 꽉 쥔 주먹과 근육질 팔뚝을 그려 넣고 '스트레스, 스테인리스를 만들다'라는 카피를 뽑았다. 발음은 비슷하지만 스트레스(stress)와 스테인리스(stainless)가 무슨 관계인지는 아무리 뜯어봐도 설명이 없다.

《강철왕》은 지난해 봄 대학로에서 워크숍으로 짧게 초연했는데 마침 영화관들에 《아이언 맨》(Iron Man)이 걸려 있을 때였다. 연극의 재료는 스트레스다. 과도한 스트레스 때문에 스테인리스 인간(강철왕)이 되는 남자 왕기(조운)가 주인공이다. 왕기는 무용수를 꿈꾸고, 아버지는 그에게 열처리공장을 물려주고 싶어한다. 첨단 자동화 설비 때문에 해직된 노동자들은 왕기를 인질로 가두는데 실수로 열처리 라인에 빨려 들어가며 온몸이 스테인리스인 강철왕이 탄생하는 것이다.

《강철왕》이 황당한 말장난을 뛰어넘어 뭔가 의미를 전해준다면, 그건 청년의 꿈과 좌절, 변신이 있기 때문이다. 때론 노조의 파업, 국정원 직원들과의 격투도 등장하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격하게 요동치는 드라마에는 페이소스가 묻어난다.

"1997년 직장생활 할 때 스트레스 엄청 받고 쓴 시 제목이 '강철왕'이었어요." 고선웅의 말이다. "스트레스가 오면 받아버리자는 생각을 했고 스트레스로 더 단단해지는 남자를 상상하게 됐습니다."

슬픈 소재지만 코미디로 접근한다. 배우들은 상징적인 무대에서 계속 움직이면서 전라도 사투리를 속사포로 쏘아댄다. 사실적인 화법이나 억양을 무시하고 쭉 밀어치는 대사, 강철왕이 싸울 때 나오는 음향효과도 재미있다. 동작은 거칠지만 현대무용에 가깝다. 울퉁불퉁한 근육을 지닌 강철왕은 맨몸에 은색 칠을 하고 등장한다.

욕설과 말장난, 물로 관객을 공격하는 연극 《관객모독》(8일부터 창조콘서트홀)과 비교해 볼 만하다. 둘 다 언어를 가지고 노는 코미디다.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 《관객모독》은 배우에게 저항하고 행동하면서 희극성이 올라가고, 《강철왕》은 그런 접촉 없이 보는 공연이다.

▶8일부터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02)708-50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