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2.30 03:25
내한공연하는 세계 정상의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카루소·파바로티·카레라스 제치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너'로 꼽혀
"휴가 중일때도 악보 펴놓고 공부"
지난 4월 세계적 음악 전문지 BBC 뮤직 매거진이 오페라 평론가 16인에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테너 20명을 선정해달라고 부탁했다. 1위는 20세기 초반 최고의 테너로 군림했던 엔리코 카루소(Caruso)도, '하이 C의 제왕' 루치아노 파바로티(Pavarotti)도 아니었다. 이들을 각각 2~3위로 물러나게 하고 정상에 오른 테너는 올해 67세의 노장 플라시도 도밍고(Domingo)였다.
누구도 놀라거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내년 127번째 오페라 배역에 도전하며 역사상 가장 많은 배역을 소화한 현역 성악가, 노래뿐 아니라 미국의 명문 오페라 극장 두 곳을 동시에 책임지고 있는 음악행정가이자 지휘까지 겸비한 만능 음악인, 자신의 최고 배역으로 통하는 《오텔로》에서 손으로 촛불을 잡아 끄는 동작 하나만으로 이글거리는 살의를 드러내는 탁월한 연기자…. 고음(高音)은 파바로티에게 미치지 못하고, 벨벳 같은 풍성함은 호세 카레라스만 못하다는 편견을 불식시킨 원동력이다. 다음달 13일 내한 무대에 앞서 '영원한 현역'의 자기 관리 비결을 서면으로 물었다.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중국 작곡가 탄둔의 《진시황》 같은 신작(新作)에서 과감히 주연을 맡고, 베르디의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에서는 테너가 아니라 바리톤 음역에 도전한다.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지.
"헨델의 오페라 《타메를라노》에서 바자제 역이 126번째였고, 내년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주역이 127번째가 될 것이다.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다. 제 자신과 관객 앞에서 자신 있게 노래 부르고 공연을 할 수 있는 한 계속해서 새로운 배역을 찾아 나설 것이며 무대에 설 것이다."
―어릴 적 바리톤으로 출발해서 나이가 든 뒤 다시 바리톤으로 돌아간다는 점이 흥미롭다.
"실제 어린 시절 멕시코의 음악학교에 다닐 때 바리톤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그 뒤 멕시코 국립 오페라에 들어가면서 테너로 음역을 끌어올렸다. 이번에 바리톤 역에 도전한다고 해서 내 목소리나 레퍼토리를 완전히 바꾸는 건 아니다. 나는 언제나 드라마틱 테너(dramatic tenor)로 남아 있을 것이다."
―현재 당신은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와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극장 두 곳의 총감독을 맡고 있다. 오페라 가수가 극장 경영까지 책임지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경영의 비결은.
"내 생각에 세계 오페라 극장은 모두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매년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충분한 기금 마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객을 지속적으로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흥미롭고 새로운 작품과 고전을 조화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신과 카레라스와 더불어 '스리 테너(three tenors)'로 불렸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지난해 숨을 거뒀다.
"루치아노의 죽음은 내게도 분명 슬픈 일이었다. 그는 놀라운 사람이자 위대한 성악가였다. 그는 내 절친한 친구였으며, 무척 그리울 것이다. 나는 우리가 '스리 테너'를 통해 크로스 오버 활동을 했다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당신의 홈페이지에는 '쉬면 녹슨다(If I rest, I rust)'는 구절이 있다.
"휴가 중일 때에도 악보를 펴놓고 공부하거나 공연장에서 몇몇 문제들을 고치곤 한다. 바쁜 마음(busy mind)이야말로 건강한 마음(healthy mind)의 비결이라고 믿는다."
▶플라시도 도밍고 내한 공연, 1월 13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