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1호선' 마지막 운행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12.30 03:25

4000회 끝으로 막내려… "작품 고쳐 다시 옵니다"

"이른 아침, 이 낯선 도시에/ 이른 아침, 이 낯선 도시에~"

선녀가 부르는 노래 〈6시 9분 서울역〉의 이 후렴구로 기억되는 뮤지컬 《지하철 1호선》(번안·연출 김민기)이 31일 4000회를 끝으로 폐막한다. 1994년 초연해 2002년 3월부터는 대학로 학전그린에서 상설공연을 해온 《지하철 1호선》은 실어 나른 관객만 70만명이다. 연출가 김민기는 그러나 "젊은 관객은 설정이나 대사 내용을 못 알아들을 정도로 '늙은 공연'이 됐다"면서 "익숙한 이야기와 인물, 음악은 버리고 21세기에 맞는 《지하철 1호선》을 새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1호선》에는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 한국인이 있다. 백두산에서 풋사랑을 나눈 남자 '제비'를 찾아 서울에 온 연변 처녀 '선녀'가 서울역 지하도에서 '빨강바지'를, 청량리 588에서 '걸레'를 만나면서 점차 절망하는 이야기다. 잡상인, 소매치기, 가출 소녀, 사이비 교주, 창녀, 지하철 신문팔이, 운동권 대학생 등이 등장하는데 요즘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도 없지 않다. 김민기는 "군사정권에서 민간정권으로 건너온 1990년대 한국은 일종의 공황상태를 겪었다"며 "《지하철 1호선》 20세기 버전은 그 시절의 풍속화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뮤지컬《지하철 1호선》역대 출연진. 2006년 3000회 돌파 기념무대에 서는 연출가 김민기가“1994년 공연팀 손들어 봐!”하며 출석을 부르 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학전 제공

그동안 조승우·설경구·황정민·김윤석을 비롯해 170여명의 배우와 60여명의 연주자가 이 뮤지컬을 지나갔다. 관객에게는 입문용으로 좋은 뮤지컬이었다는 평이다. 21세기 버전은 아이디어 공모, 음악 작업 등을 거쳐 이르면 2010년 초연될 예정이다.30일 공연(3999회)은 매진됐고 31일 4000회는 일반에 판매하지 않는다. '막공(마지막 공연)'에는 정재일·나윤선이 축하공연을 하고 《지하철 1호선》 역대 출연진 70여명이 무대에 올라 〈1호선〉을 합창한다. (02)763-8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