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2.24 09:40
연극 '깃븐우리절믄날'
모던 청춘들의 1930년대 이야기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경성. 신식 건물들이 하나둘씩 들어섰고 음악·미술·영화 등 새로운 예술과 첨단 패션, 각종 스포츠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유혹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유연애의 새로운 풍조가 젊은이들의 가슴을 들뜨게 했다. 하지만 당시 식민지 조선은 무지와 가난으로 암울했다.
커피 향기를 맡으며 동경(東京)으로 떠날 꿈에 마음이 부풀다가도 밤이 되면 아끼는 코트를 전당포에 맡겨놓고 술집을 전전했고, 자유로워진 연애는 19세기적 남성우월주의와 부딪히며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연극 '깃븐우리절믄날'은 이러한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 최고의 엘리트 박태원과 이상, 정인택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사이에 벌어진 기묘한 사각관계,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진실을 추적한다. 즉 연극은 네 남녀의 러브스토리를 통해 1930년대 경성,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는 젊은 예술가들의 이중적인 속마음을 그려낸다.
맛깔스러운 ‘성기웅표’ 연극
'깃븐우리절믄날'은 연극 '조선형사 홍윤식',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에 이어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성기웅 연출의 세 번째 작품. 인물들의 일상을 치밀하게 그리면서도 그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잊지 않는‘성기웅표’연극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깃븐우리절믄날'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말(語) 맛’을 살린 대사. 옛 서울말을 되살려낸 대사들은 인물들의 일상성을 잘 표현해내며, 극이 끝난 뒤에도 마치 이야기가 계속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오늘날의 사투리와 비슷한 옛 서울의 말투는 관객들에게 재미를 안겨준다. 이밖에 연극 '유령을 찾아서',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등에 출연한 손진호가 여유로운 성격이지만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 정인택으로 분하며, 연극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에서도 박태원을 연기한 김종태가 한층 더 섬세해진 연기로 박태원의 내면과 일상을 표현한다. 또한 뮤지컬 '김종욱 찾기', 연극 '쉐이프'의 전병욱이 이상 역을, 연극 '경숙이, 경숙아버지', '야키니쿠 드래곤'의 주인영이 1930년대 모던걸 권순영 역을 맡아 맛깔스러운 연극으로 완성시켜 놓는다.
- C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