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취하고 싶은 그녀와… 마시고 싶은 그와 함께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12.23 03:12

데이트 뮤지컬 '카페인'

뮤지컬《카페인》의 구원영(오른쪽)과 김태한. /트라이프로 제공
뮤지컬 《카페인》(성재준 작·연출)의 재료는 커피와 술이다. 낮에는 카페, 밤엔 와인바로 바뀌는 한 공간에 여자와 남자가 있다. 낮에 일하는 여자 세진(구원영)은 이별에 익숙한 바리스타요, 밤에 일하는 남자 지민(임철형)은 바람둥이 소믈리에다. 2인극에 로맨틱 코미디이니 결말은 뻔하다. 둘이 사랑에 골인하는 방식을 감상하는 일만 남았다.

무대 한쪽 칠판에는 'Love is…'라고 적혀 있고 사랑에 대한 정의는 계속 바뀐다. 실연당한 세진이 '믿음'을 박박 지우고 '거짓말'이라고 쓰면 밤에 출근한 지민이 '때론 거짓말'이라고 고쳐 놓는다. 이렇게 으르렁거리며 출발한 둘 사이에 지민이 만든 허구의 인물 정민이 끼어들며 묘한 삼각관계가 만들어진다. 세진이 데이트 코치 노릇을 하는 지민보다 정민을 더 사랑하는 게 문제다.

《카페인》은 심리와 공간을 확대 재생산하는 아이디어가 좋다. 문자 메시지를 중계하고 동영상 카메라로 사랑의 다른 앵글을 보여주기도 한다. 음악(작곡 김혜영)은 남녀의 심리 변화, 빠른 상황 전개를 앞에서 이끈다. 세진이 부르는 〈내 안의 카페인〉은 "저 남자, 향기가 나/ 저 남자, 마시고 싶어~"로 흐르고, 세진과 지민의 이중창 〈Love is…〉는 "사랑은 정답이 없는 세상의 가장 행복한 이야기"라고 노래한다.

여자와 남자, 커피와 술, 이성과 감성은 결국 아이리시 커피처럼 섞인다. 《싱글즈》 《천사의 발톱》을 거친 구원영은 이 2인극을 견딜 만한 노래와 연기를 보여줬다. 감정을 뭉쳐 던지는 힘이 있었다. 쓰고 연출한 성재준의 상상력, 경쾌한 터치와 매끄러운 장면 전개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정민과 지민 중 한 명이 증발돼야 하는 대목의 완성도는 깊이나 재미를 더 발전시켰으면 좋을 뻔했다. 객석 반응은 "데이트용 뮤지컬로 딱!"이었다.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계속 공연. 세진 역은 구원영·난아가, 지민 역은 김태한·임철형이 나눠 맡는다. 1544-1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