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무지개 너머의 나라 '오즈'로 여행을 떠나요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12.20 03:30

어린이를 위한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서 가족패키지 큰 호응 얻어

도로시(오소연)가 구두 뒷굽을 탁탁탁 세 번 부딪친다. 이내 주문을 외는데 객석의 아이들과 엄마들이 소리 내어 웃었다. 환상의 나라 오즈에서 빠져나오는 주문은 "집이 최고다, 집이 최고다, 집이 최고다!"였다. 무대에 무지개가 뜨고 캔자스의 집이 펼쳐진다. 잠에서 깨어난 도로시는 "절대 집을 떠나지 않을 거야. 집이 최고야" 한다. 환호성과 박수가 터졌다.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연출 유희성)는 귀에 익은 〈오버 더 레인보우〉를 들려주며 이렇게 끝난다. 객석의 아이들은 엄마(더러 아빠도 있다) 손을 잡고 저마다 '집'을 향해 일어선다. 한 엄마가 "재밌다 그치?" 하는데 아이 표정이 밝다. 열 살쯤 된 소녀 관객은 극장을 빠져나오면서 〈오버 더 레인보우〉를 흥얼거렸다. "…파랑새 날아간 그곳/ 무지개 너머 날 데려가 줘~"

서울시뮤지컬단이 지난해 연말 《애니》에 이어 이번엔 《오즈의 마법사》로 가족 뮤지컬 시장의 존재를 확인시켰다. 《오즈의 마법사》는 19일 오전 인터파크 예매순위에서 2위로 9계단이나 급상승했다. 표 4장을 묶은 가족 패키지가 특히 호응을 얻고 있다.
가족 뮤지컬《오즈의 마법사》에서 소원을 이루기 위해 마법사를 찾아가는 깡통맨, 도로시, 사자, 허수아비(왼쪽부터). /서울시뮤지컬단 제공

환상 여행은 도로시와 강아지 토토가 회오리바람을 타고 오즈로 날아가는 장면부터 시작됐다. 플라잉(flying) 장치와 조명, 대형 영상으로 토네이도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심술쟁이 걸치 아줌마는 자전거를 타고 날아갔다가 빗자루를 탄 마녀로 다시 나타난다. 그리고 무대에 펼쳐지는 오즈의 나라에 "와~" 탄성이 번진다. 만화처럼 알록달록한 사탕 나라 같다. 천장에서는 무지개 빛깔의 비눗방울이 떨어졌다.

도로시의 여행은 집을 떠나 깨달음을 얻고 집으로 돌아오는 영웅 이야기의 구조를 닮아 있다. 머리(지혜)가 필요한 허수아비, 따뜻한 심장(마음)을 갖고 싶어하는 깡통맨, 용기가 없는 사자를 길동무로 만난다. 무대에는 화려한 장면전환, 강아지, 착한 마녀와 나쁜 마녀, 마술, 열기구, 종이눈, 까마귀떼·사과나무의 춤 등 아이들이 좋아할 재료가 많다. 깜찍하게 차려입은 난쟁이 먼치킨들(어린이 배우들이 연기한다)의 춤도 반응이 좋았지만 노래가 또렷이 들리지 않아 아쉬웠다.

이번 《오즈의 마법사》는 해외 저작권자와 처음으로 공연 계약을 체결한 무대로, 16인조 오케스트라가 라이브 연주한다. 도로시는 오소연·박도연이 나눠 맡는다. 5세 이상 관람가.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399-1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