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 오닐의 '마지막 빈 칸'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다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12.22 04:29

'미스테리오소' 최근 발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29)은 국내에서 〈섬집 아기〉 같은 소품으로 친숙하지만, 미국 뉴욕에선 고전과 현대를 넘나들며 〈링컨 센터 체임버 뮤직 소사이어티〉 같은 명문 실내악단과 정기적으로 협연하는 진지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런 용재 오닐에게도 아직 바로크 음악은 '공란(空欄)'으로 남아 있었다. 그는 "지난 2001년 말보로 페스티벌에서 바로크 활로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경험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마지막 빈 칸을 채우기로 했다. 틸레만과 다울랜드, 코렐리와 헨델·비버 등 바로크 작곡가의 음악을 담은 새 음반 〈미스테리오소(Mysterioso·아르히브)〉를 최근 발표한 것이다. 독일의 고(古)음악 연주단체 알테 무지크 쾰른과 함께 바로크 시대의 현과 활을 써서 고풍스러운 맛을 살리려 애썼다.
최근 바로크 음반〈미스테리오소〉를 내놓은 리처드 용재 오닐(비올라). /유니버설 뮤직 코리아 제공

"사실 실내악은 현악 4중주나 피아노 4중주부터 5중주·6중주·8중주까지 연주해보지 않은 곡이 없을 정도로 대부분을 소화해왔어요. 하지만 바로크 음악만은 상대적으로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었죠."

용재 오닐은 "양의 창자를 정제해서 만든 바로크 시대의 거트(gut) 현과 바로크 활을 사용했기 때문에 녹음 도중에도 줄이 끊기거나 풀리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유익했다"고 했다.

특히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에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악보 상에 적힌 모든 음표를 하나도 흘리지 않고 일일이 챙기며 연주했다면, 바로크 음악에선 더 중요한 음표에 강세를 주면서 흘러내려가듯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끄집어내야 할 것과 내버려둬야 할 것을 구분하는 법을 배웠다는 이야기다. 알테 무지크 쾰른의 첼리스트 클라우스 디터 브란트(Brandt) 등 20~30년씩 고(古)음악에 매달려온 거장들을 정신적 스승처럼 따르며 배웠다고 했다.

용재 오닐은 이번 음반에 실린 바로크 곡들로 내년 2월 27일 예술의전당에서 알테 무지크 쾰른과 연주회를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