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2.19 03:00 | 수정 : 2008.12.19 07:15
'소리꾼' 임진택, 창작 판소리 12바탕 제작 나서

소리꾼 임진택(58)이 우리나라의 역사적 인물 12명을 주인공으로 한 창작 판소리 12바탕을 만든다. 판소리 역사 300년 동안 이런 판소리 제작은 없었다. 18일 광화문에서 만난 임진택은 "존경하는 인물 12명을 추렸다"면서 "내 필생의 작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세종대왕·이순신·정약용·전봉준·김구 등 역사 인물 5명, 허준·홍길동·김삿갓·대장금 등 문학과 드라마로도 잘 알려진 4명, 송흥록·신재효·임방울 등 판소리 명창이 3명이다.
"시작은 세종대왕이다. 판소리가 우리말의 리듬, 우리 소리이기 때문이다. 세종은 눈 멀어가면서도 반대 무릅쓰고 한글을 창제했다. '가나다라 아야어여'부터 판소리로 창작하는 게 순서다."
이순신의 경우 박동진 명창이 작창한 게 있지만 잘 불리지 않는다. 임진택은 "난중일기 중 해전(海戰)을 중심으로 일종의 '해전 적벽가'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송흥록은 동편제를, 임방울은 서편제를 대표하는 명창이다. 신재효 편에는 흥선대원군이 아꼈던 여류 명창 진채선의 이야기도 넣는다. 임진택은 "신재효는 '광대는 첫째가 인물치레'라고 했지만 나처럼 인물은 별로인데 소리가 좋은 광대도 있다"며 웃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5년 정권진 명창(심청가 예능보유자)을 만나 5년간 소리를 배웠다. 그리고 1985년 김지하의 시(詩)를 바탕으로 한 창작 판소리 '똥바다'로 대학가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386세대 운동권은 내가 준 거름 먹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할 정도다. 당시 자칭 '민중 광대'였다는 임진택은 "남녀노소가 지역에 관계없이 좋아하는 대중 판소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구상한 창작 판소리 12바탕은 사설을 만들고 작창, 작곡 등을 거쳐 실연까지 빨라야 3년, 길면 12년이 걸리는 대작업이다. 이 소리꾼은 "20년 이상 걸린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 같은 공력을 들이겠다"고 했다.
"꼭 '1인 광대, 1인 고수'가 아닌 다양한 양식을 실험할 생각이다. 박동진 명창이 춘향가에서 변학도가 가마 타고 내려오는 대목을 '요새로 말하면 벤츠 타고 내려오는 것이여'로 변형했듯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