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2.18 15:40
"쟤 가수였어?"
"가수하다 망했대."
주위에서 이런 수군거림(?)을 듣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뮤지컬 배우 윤형렬(25).
잘 생긴 얼굴에 굵고 허스키한 목소리. 데뷔작 '노트르담 드 파리'의 주인공 '콰지모도'로 올해 혜성처럼 떠오른 배우다. "정말 아쉬워요. 대중에게 아예 노출이 안됐어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크게 낙심했지요."
그렇다. 윤형렬은 2006년 '기억의 나무'란 앨범을 내고 가수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앨범이 홍보조차 되지 못했다. 실의에 빠져있던 청춘에게 뮤지컬 오디션 제의가 왔고, 이것이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바로 '노트르담…'의 '콰지모도'였다.
그는 이 한 편으로 단박에 뮤지컬계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지난 10월 열린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인기스타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올해 열린 각종 시상식에서 매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올해 뮤지컬계가 발굴한 최고의 신인이란 극찬까지 들었다.
"몸에 딱 맞는 옷을 골랐다고 할까요. '콰지모도'와 제가 궁합이 잘 맞은 것 같아요."
사실 곱상한 그의 외모는 콰지모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에겐 호소력있는 목소리가 있었다. 영혼의 바닥을 긁는 듯한 그의 목소리는 콰지모도의 상처와 아픔, 진심을 담아내는 그릇이 됐다.
"초등학교 때부터 목소리가 이랬어요. 사실 변종이죠. 허스키이면 대개 저음인데 고음도 가능하고…. 장점이기도 하지만 다른 역할엔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 핸디캡이기도 합니다."
집시 에스메랄다를 사랑하는 곱추 콰지모도는 외양은 흉하지만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다.
처음엔 그냥 어린아이를 연상하며 콰지모도를 연기했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새로운 것이 조금씩 보였다. 에스메랄다에 대한 사랑에 결핍된 모성애에 대한 갈구가 섞여있는 것은 아닐까, 구박 받고 살아왔다면 행동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 그런 미세한 깨달음이 연기에 반영됐고, 이제는 '콰지모도=윤형렬'이란 공식이 성립했다. 어떤 배우가 '콰지모도'를 연기한다 해도 '윤형렬 버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무거운 의상에 분장을 하고 두시간 반 동안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것이 보통 일은 아니다. "처음엔 끝나고 나서 마사지를 엄청 받았어요. 하지만 사람이 정말 적응의 동물 같아요. 요샌 끄덕없거든요.(웃음)"
얼떨결에 뮤지컬계에 뛰어들었지만 이제 뮤지컬이 운명이 된 남자. "여기저기 발 담그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뮤지컬에서 뿌리를 뽑겠습니다"라며 환하게 웃는다.
한편, 윤형렬이 나서는 '노트르담…'의 열풍은 멈추지 않는다. 내년 1월9일부터 18일까지 부산 시민회관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광주 전주 등을 순회한 뒤 8월 서울에서 막을 올린다. (051)63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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