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2.18 03:33
내한 앞둔 중국의 26세 피아니스트
5가지 까칠한 질문에 답하다
"팝 스타같다고? '클래식의 대중화' 원할 뿐
연주에 대한 극단적 평가? 나 말고 음악만 봐줬으면"

명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앙드레 프레빈(Previn·79)이 최근 한 젊은 음악가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도마에 오른 연주자는 중국의 피아니스트 랑랑(郞朗·26)이었다. '문화 혁명' 이후 중국의 개방·개혁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랑랑에 대한 평가는 이처럼 극단적으로 나뉜다. 다니엘 바렌보임과 크리스토프 에센바흐처럼 스승을 자처하는 음악가가 있는가 하면, 프레빈과 같은 노골적인 비판도 적지 않다. 오는 22일 내한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는 그에게 전화로 조금은 비판적인 질문을 5가지 던졌다.
◆번쩍이는 의상부터 빳빳하게 세운 머리까지 파격적이다. 팝 스타인가, 클래식 연주자인가?
"내가 연주하는 건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이지 팝 음악이 아니다. 클래식 음악은 팝 음악은 아니지만, 충분히 대중적(popular)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나 같은 젊은 세대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고 생각한다."

◆소리를 아름답게 내는 데만 집착한다는 평도 있다. 피아노의 음색에만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 아닌가?
"연주자는 음악 속으로 들어가 음색과 분위기까지 익히고 난 뒤 재창조(recreation)해낸다. 내가 피아노에 대해 알고 있으며, 말할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지나치게 많은 연주회를 열고 있진 않은가?
"한 해 120차례가량 연주를 한다. 이것도 150여 차례씩 무대에 섰던 수년 전에 비하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직업 음악가에게 이 정도가 많은 숫자라고 할 수는 없다. 샌프란시스코·런던·로마·시카고 같은 대도시를 방문하면 열흘씩 머물면서 학교 연주회나 실내악 음악회, 지역 아이들을 위한 콘서트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최근에는 내 이름을 딴 재단을 만들어서 재능 있는 젊은 연주자들을 찾아내고 후원해주는 일을 하고 있다."
◆너무 많은 레퍼토리를 욕심 내는 건 아닌가?
"협주곡만 따지면 모차르트(Mozart)에서 바르토크(Bartok)까지 45곡 정도 소화할 수 있으며, 당장 외워서 연주할 수 있는 곡도 35곡에 이른다. 직업 연주자가 좋은 기억력을 지니고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이다(웃음). 1년 내내 서너 곡의 협주곡만 연주하면서 다니고 싶진 않다. 서로 다른 7~8곡의 협주곡 정도는 언제나 소화하려고 욕심 내는 편이다."
◆연주에 대한 평가와 반응이 극단적으로 갈린다.
"모든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비평가나 나 모두 사람이기 때문에 충분히 각자의 의견을 가질 수 있다. 중요한 건 '음악을 사랑하느냐'는 점이다. 리뷰는 어떻게 쓰든지 논의를 음악에 한정시키고, 인간적 문제로 끌고 가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은 갖고 있다."
▶랑랑 리사이틀 22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02)541-6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