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유니폼 입은 '피가로의 결혼'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12.13 03:04

국립오페라단 25일부터 공연

오페라《피가로의 결혼》. 포스터도 야구장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국립오페라단 제공
국립오페라단이 오는 25~30일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450여 석)에서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공연하면서, 등장 인물들에게 야구 유니폼을 입힌다.

오페라 원작의 알마비바 백작 저택 대신 야구장이라는 현대적 배경으로 알마비바 백작은 타자, 백작 부인은 전직 치어리더, 하인 피가로는 투수, 수잔나는 팀 매니저로 설정한 것이다. 지난 10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 공연 당시 극중 헤롯왕에게 붉은색 짧은 하의(下衣)를 입히는 파격 노출 때문에 '빨간 팬티 사건'으로 불렸던 것에 이어, 또다시 유쾌한 도발인 셈이다.

도발의 주인공은 오페라 연출가인 이소영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다. 이 감독은 12일 간담회에서 "오페라 속의 남녀, 상전과 하인, 중년과 젊은이가 다양한 형태의 사랑과 짝짓기를 벌이는 모습이 흡사 야구 경기장의 복잡한 등장인물과 게임 규칙과도 닮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오페라에서 젊은 오페라 연출가 집단인 '오페라 나무'와 이 감독이 함께 연출과 무대 미술을 맡는다. 이 감독은 사실상 '감독 겸 선수'로 뛰는 셈이다. 그는 "차세대 연출가들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들이 직접 동선(動線)까지 담당하고 나 자신은 조언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오페라에서 수잔나와 백작 부인에게 끊임없이 수작을 거는 혈기 왕성한 소년 케루비노를 카운터테너(발성 훈련을 통해 여성의 음역을 소화하는 남자 성악가)가 맡는 것도 화제다. 보통 여성 메조 소프라노가 소년 역을 맡기 때문에 '바지 역할'로도 불리지만, 이번에는 카운터테너 이동규와 이희상이 나눠서 소화한다. 이동규는 "호기심에 가득했던 10대 사춘기 시절의 경험담이기도 하기 때문에 남성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번 《피가로의 결혼》은 기존의 오페라 극장에서 벗어나 직접 학교를 찾아가는 '찾아가는 오페라 시리즈'의 첫 편이다. 국립오페라단은 대학뿐 아니라 어린이 오페라와 지역 순회 오페라까지 찾아가는 공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02)586-5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