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의 '빨래터' 僞作<위작> 논란 어디까지

  • 김수혜 기자
  • 원세일 기자

입력 : 2008.12.15 03:17

서울대 '과학 감정'한 교수 보직해임, 보고서 수정
서울옥션 '위작 의혹' 보도한 잡지 상대 소송중

2007년 5월 22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박수근 화백의 그림〈빨래터〉가 한국 미술품 경 매 사상 최고가인 45억 2000만원에 낙찰되던 순간. 조선일보 DB
지난해 5월 서울옥션에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유화 〈빨래터〉가 위작 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는 12일 이 그림을 '과학 감정'했던 ▲윤민영 교수의 보직해임과 ▲윤 교수가 지난 7월에 발표한 보고서를 일부 수정한 '최종 보고서'를 다시 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아직도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빨래터〉 논란의 시작

〈빨래터〉 논란은 올 1월 미술전문지 아트레이드가 위작 의혹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옥션은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에 '안목 감정'을 의뢰, 평론가와 화상(畵商) 20명으로 구성된 감정단이 육안으로 그림을 보고 19 대 1로 진품 판정을 내렸다. 이어 서울옥션은 지난 7월 서울대와 도쿄예술대에 '과학 감정'을 의뢰했다. 서울대 윤 교수팀은 〈빨래터〉의 캔버스 천과 틀, 액자 일부를 잘라내 방사성탄소연대측정을 하고, 세 가지 모두 1946~1956년 사이에 만들어진 제품이라고 추정했다. 이 그림의 원래 소장자인 존 릭스(81)씨가 서울에 머물던 시기(1954~1956년)와 일치하는 결과다. 도쿄예술대 보존수복유화연구실 연구팀도 자외선·X선 촬영을 통해 〈빨래터〉의 물감 배합 비율과 성분이 박 화백의 다른 진품과 일치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2라운드'

미술품 감정 전문가인 최명윤 명지대 교수가 서울대 조사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제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최 교수는 "윤 교수팀이 내놓은 데이터를 토대로 〈빨래터〉 연대를 계산하면 17세기 작품이라는 결과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기초과학공동기기원은 그의 문제 제기에 일부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달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공동기기원은 윤 교수의 보고서를 정밀하게 검토한 뒤, 일부 내용을 수정한 '최종 보고서'를 새로 작성해 서울옥션에 보냈다.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빨래터〉 캔버스 천의 제작 연대는 ▲1660~1700년 ▲1726~1815년 ▲1832~1879년 ▲1915~1954년 가운데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윤 교수는 17~19세기 조사 값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20세기 값만 발표했지만, "과학의 눈으로 따지면 네 가지 연대 가운데 어느 한 연대가 다른 연대보다 개연성이 높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단, 제작 연대가 1954년 이후일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논란, 어디까지?

서울옥션은 아트레이드를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빨래터〉를 낙찰받은 박연구 삼호산업 회장은 위작 논란에 실망해 지난 10월 〈빨래터〉를 서울옥션에 돌려보내 보관 중이다. 서울옥션 측은 "'안목 감정'과 '과학 감정'을 통해 모두 '진품'이라는 판정을 받았고, 이번 서울대 발표도 기존 판정을 뒤집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아트레이드 편에 서서 위작 논란을 이끌어 가고 있는 최 교수는 "서울대의 진상 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으며, 서울옥션이 법정에 제출한 각종 증거 자료에 대해 세세한 반론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