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양도세안(案) 통과… 어떻게 바뀌나 10년 보유 차익 5000만원일 땐 세금 100만원

  • 김수혜 기자

입력 : 2008.12.15 03:17 | 수정 : 2008.12.15 14:34

부모에 물려받거나 선물 받았을 때도 양도세 내야
미술계 "다른 산업은 경기부양 하면서 왜 우리만…"

13일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안이 통과됐다. 이에 따라 오는 2011년부터 한 점에 6000만원이 넘는 미술품이나 골동품을 파는 사람은 양도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게 됐다. 보유기간이 10년 이상인 작품은 양도차익의 90%를, 10년 미만인 작품은 80%를 공제해준다. 국내 작고 작가 작품만 과세 대상이고, 생존 작가의 작품은 면세된다.


미술품 양도세, 어떤 경우에 얼마나 내나

가령 1000만원에 유화(油畵)를 구입해 10년 뒤 6000만원에 파는 사람은 양도차익 5000만원 가운데 90%(4500만원)를 공제받고, 나머지 금액(500만원)의 20%인 100만원을 양도세로 낸다. 보유 기간이 10년 미만이라면, 양도차익 가운데 80% (4000만원)를 공제받고, 나머지 금액(1000만원)의 20%인 200만원을 낸다. 그림 값이 6000만원에 못 미치는 경우엔 세금을 물지 않는다. 조상에게 미술품을 무상으로 물려받았거나, 친지에게 공짜로 선물 받은 사람도 팔 때 가격이 6000만원이 넘으면 양도세를 내야 한다.

한국 미술시장이‘단군 이래 최대 활황’을 누린 지난해,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2회 서울오픈아트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전 시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뉴시스

"2011년에 40억~100억원 세금 걷힐 것"

▲경매 ▲아트페어 ▲아트펀드를 합산한 한국 미술시장 연간 거래액은 '2001년 67억원 →2004년 177억원→2005년 228억원→2006년 725억원→2007년 2606억원'으로 수직 상승하다가 신정아·변양균 사건과 〈행복한 눈물〉 파동을 거치면서 올해 1747억원으로 주춤했다(서진수 강남대 교수 통계). 여기에 ▲화랑 거래 물량 ▲개인 간 거래를 더하면,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00억원 안팎, 올해 3000억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최병식 경희대 교수).

정부는 양도세 도입 목적이 세수(稅收) 확대 그 자체보다 조세 정의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기획재정부는 양도세 과세 대상인 고가(高價) 미술품과 골동품이 전체 거래량의 20% 미만이며, 생존작가가 아닌 작고작가 작품과 해외 미술품만 과세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양도세 도입이 시장에 미치는 타격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완희 국회 입법조사관은 "양도세 부과 첫해인 2011년, 40억~100억원이 걷힐 전망"이라고 했다.

미술계 "다른 산업은 구제금융도 주면서 왜 우리만…"

미술계는 "정부가 미술시장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정책을 밀어붙인다"고 반발하고 있다. 억대 미술품을 사는 '큰손' 컬렉터들이 전체 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에, 이들이 신원과 거래 내역이 노출될까 봐 미술품 구입을 꺼리게 되면 고가 미술품뿐 아니라 중저가 시장까지 거래가 끊긴다는 주장이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곳은 경매회사들이다. 낙찰 여부와 낙찰액이 경매현장에서 세무당국에 노출되기 때문에, 컬렉터들이 좋은 매물을 내놓으려도 하지 않고, 구입하기도 꺼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첫 타격은 경매회사가 받지만 곧 그 여파가 대형 화랑과 군소 화랑에도 미칠 것"이라며 "다른 산업은 '어렵다'고 아우성치면 구제금융도 주면서, 왜 미술은 대책도 없이 궁지로 몰아넣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현숙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기업이나 단체가 미술품을 구입하려고 해도, 100만원 이하 작품에 한해 손비 처리를 해줄 뿐 아무런 세제 혜택이 없어 우리 미술시장엔 개인컬렉터 비율이 80~90%에 이른다"며 "정부가 미술시장을 부양할 정책은 하나도 없이, 세금만 매기려 든다"고 했다.

개인 컬렉터 A(53)씨는 "25년간 150점을 모았지만, 제값 받고 되팔 수 있는 작품은 열 점 중 서너 점에 불과하다"며 "그림 값이 떨어진 경우에는 보상이 없고 오른 경우에만 세금을 매긴다니 정부가 야속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