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형은 신중했고 동생은 거침없었네

  • 노승림·음악칼럼니스트

입력 : 2008.12.11 03:15

카퓌송 형제 듀오 콘서트

실내악 중에서도 바이올린과 첼로만을 위한 이중주는 20세기 들어서 본격적으로 시도된 편성이다. 느지막이 시도된 만큼 작품 수가 현저하게 적고, 또 대부분이 현대적이다. 당연히 연주는 그보다 훨씬 드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난 9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카퓌송 형제의 듀오(Duo) 콘서트는 일단 희귀성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었다.

한국에서 흥행성이 다소 떨어지는 실내악, 그것도 현대 음악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600여 석 규모의 호암아트홀이 거의 매진을 이룬 이유는 르노 카퓌송(32·바이올린)과 고티에 카퓌송(27·첼로) 형제의 명성 때문이었을 것이다. 형 르노 카퓌송은 EMI의 간판급 바이올리니스트로 자리를 굳혔고, 다섯 살 연하의 동생 고티에는 형과 실내악을 연주하며 데뷔했지만 지금은 솔로 음반을 쏟아낼 만큼 일취월장하고 있다.

이날 무대는 바이올린과 첼로라는 이중주의 범위와 근원을 찾아보는 자리였다. 20세기 들어 이 같은 편성의 첫 작품으로 꼽히는 헝가리 작곡가 코다이의 2중주가 2부에 독자적으로 배치됐다.
르노 카퓌송(바이올린·왼쪽)과 고티에 카퓌송(첼로) 형제. /호암아트홀 제공
첫 곡 에르빈 슐호프(Schulhoff)의 이중주서부터 정점에 이르렀던 라벨(Ravel)의 이중주까지 끊이지 않고 분출된 헝가리 민요의 흔적은 코다이의 지대한 영향을 실감하게 했다.

무대로 쏟아진 열렬한 환호와 박수는 분명 카퓌송 형제를 향한 것이었다. 현대 음악으로 넘어서는 분수령에 서 있는 작품들을 형제는 맞춤형 옷을 입은 것마냥 자연스럽게 연주했다. 특히 고티에의 거침없는 보잉(bowing)과 흔들림 없는 기교, 본능에 가까운 카리스마는 상당히 길게 뽑아 놓은 첼로의 엔드 핀(endpin)만큼 인상적이었다.

동생에 비해 아기자기하고 신중하며 섬세하기에, 때로는 답답하게 보이기도 하는 르노의 연주와 한치 어긋남 없는 말끔한 앙상블로 다듬어졌다. 별다른 사인이나 눈치가 필요 없었으며, 그저 가끔씩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만으로도 충분했다. 결국 일부 관객들은 첫 번째 앙코르였던 헨델의 〈파사칼리아〉에서 기립했다. 현대 음악이나 편성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시킨 뒤, 흐뭇한 반전으로 공연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