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2.11 03:16
"그 목소리는 이 회색 공간의 누구도 감히 꿈꾸지 못했던 하늘 위로 높이 솟아올랐다."
철조망과 벽으로 둘러싸인 교도소에 모차르트의 선율이 조용히 흐르기 시작합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가운데 〈편지의 이중창〉입니다.
교도관들은 당장 음악을 끄라고 외치지만, 수감자인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은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오히려 소리의 크기를 높입니다.
이 노래를 듣던 동료 레딩(모건 프리먼)은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세상에 날아들어와 그 벽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아주 짧은 한순간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고 회상합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도 가장 서정적인 순간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에는 복선이 한가지 더 숨어 있습니다.
오페라에서 이중창을 부르는 여성은 백작 부인과 하녀 수잔나입니다. 알마비바 백작이 귀족이 먼저 첫날밤을 치를 수 있는 '초야권(初夜權)'을 내세우며 피가로와 결혼을 앞둔 수잔나를 연방 괴롭히자, 두 여성이 백작을 골탕 먹일 궁리를 하면서 거짓 편지를 쓰는 3막 장면입니다.
철조망과 벽으로 둘러싸인 교도소에 모차르트의 선율이 조용히 흐르기 시작합니다.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가운데 〈편지의 이중창〉입니다.
교도관들은 당장 음악을 끄라고 외치지만, 수감자인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은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오히려 소리의 크기를 높입니다.
이 노래를 듣던 동료 레딩(모건 프리먼)은 "마치 아름다운 새 한 마리가 우리가 갇힌 세상에 날아들어와 그 벽을 무너뜨린 것 같았다. 아주 짧은 한순간 쇼생크의 모두는 자유를 느꼈다"고 회상합니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도 가장 서정적인 순간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에는 복선이 한가지 더 숨어 있습니다.
오페라에서 이중창을 부르는 여성은 백작 부인과 하녀 수잔나입니다. 알마비바 백작이 귀족이 먼저 첫날밤을 치를 수 있는 '초야권(初夜權)'을 내세우며 피가로와 결혼을 앞둔 수잔나를 연방 괴롭히자, 두 여성이 백작을 골탕 먹일 궁리를 하면서 거짓 편지를 쓰는 3막 장면입니다.

요즘으로 따지면, 직장 상사(알마비바 백작)의 잦은 성희롱에 여직원(수잔나)과 부인(백작 부인)이 함께 골려 주려는 것과 비슷합니다. 편지의 선율은 지극히 서정적이지만, 그 밑에는 통쾌한 복수의 심리가 깔려있는 것이지요. 실제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 초연된 것은 프랑스 대혁명이 발발하기 불과 3년 전인 1786년입니다. '귀족 대(對) 하인'이나 '남성 대 여성'이라는 도식에서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하인과 여성이 서로 연대(連帶)해서 남성 귀족을 누른다는 극 내용은, 코미디라는 외투에도 불구하고 급진적이고 과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민들이 깔깔거리고 웃는 동안, 정작 조롱의 대상이 된 귀족들은 내심 불편한 표정을 지은 것이지요.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약자인 수감자가 강자인 교도관의 비리를 폭로하고 언젠가 멋지게 탈출하리라는 점을 이 노래 하나로 충분히 표현한 셈입니다.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이소영)이 오는 25일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 바로 《피가로의 결혼》입니다. 지난해 연말 화재 사건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가 기나긴 동면(冬眠)에 들어가 있는 동안, 둥지를 잃은 국립오페라단은 오히려 젊은 관객층을 개발하겠다는 역발상으로 학교를 찾아가기로 한 것이지요. 오페라에서 하인이 귀족의 코를 납작하게 하고 영화에서 수감자가 교도관을 이기는 것처럼, '찾아가는 오페라 시리즈'를 통해 본무대 못지않은, 유쾌하고 통쾌한 공연을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도 더불어 간절합니다.
▶ 오페라《피가로의 결혼》, 25~30일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 (02)586-5282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이소영)이 오는 25일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대에 올리는 작품이 바로 《피가로의 결혼》입니다. 지난해 연말 화재 사건으로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가 기나긴 동면(冬眠)에 들어가 있는 동안, 둥지를 잃은 국립오페라단은 오히려 젊은 관객층을 개발하겠다는 역발상으로 학교를 찾아가기로 한 것이지요. 오페라에서 하인이 귀족의 코를 납작하게 하고 영화에서 수감자가 교도관을 이기는 것처럼, '찾아가는 오페라 시리즈'를 통해 본무대 못지않은, 유쾌하고 통쾌한 공연을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도 더불어 간절합니다.
▶ 오페라《피가로의 결혼》, 25~30일 서울 석관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극장, (02)586-52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