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크리스마스는 어떤 색깔일까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12.01 03:17

내한공연 갖는 메조 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
나치 수용소 유대인 노래부터 인기 그룹 '아바'의 팝송까지…
그동안 폭넓은 음악색 보여줘

2년 만에 내한 공연을 갖는 메조 소프라노 안네 소피 폰 오터. /성남아트센터 제공
나치의 집단 수용소에 갇혀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넘나들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유대인들의 노래를 담은 음반 〈테레친〉부터, 모국(母國) 스웨덴의 인기 그룹 아바(Abba)의 팝 음악을 경쾌하게 리메이크한 음반까지….

이지적인 지성으로 브람스와 말러의 가곡에 다가가다가도, 오페라 《카르멘》에서는 뜨겁고 정열적인 모습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정상급 메조 소프라노가 안네 소피 폰 오터(Anne Sofie von Otter)다. 그 끝을 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노래로 훌쩍 나래를 펼치는 이 성악가가 오는 14일 성남아트센터에서 2년 만에 내한 콘서트를 갖는다.

드넓은 음악적 범위를 자랑하지만, 폰 오터는 전화 인터뷰에서 "때로는 성악가도 음악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누구나 극적인 요소, 목소리의 높낮이 등 다양한 각도에서 노래와 작품을 바라보고 선택을 하죠.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 마음속에서 함께 자라나는 걸작도 있어요."

그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헝가리 작곡가 버르토크의 오페라 《푸른 수염 공작의 성》을 꼽았다. "처음 들었을 땐 도무지 어둡고 지루하기만 했죠. 하지만 계속 들어가면서 너무나 환상적인 작품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제겐 스트라빈스키의 곡도 비슷하죠."

나치 수용소에 갇힌 유대인들의 희망과 애환을 담았던 〈테레친〉은 폰 오터가 콘서트와 오페라 무대를 넘어 세상을 진지하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걸 보여준 음반으로 격찬받았다. 그는 우연하지만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고 했다.

"외교관이셨던 아버지는 1940년대 독일 베를린에 계시면서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하셨어요. 아버지는 당시 겪었던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계셨고, 그 뒤 스웨덴으로 돌아와서 저를 낳으신 거죠."

2000년 스웨덴에서 열렸던 홀로코스트 국제 포럼에서 유대인들의 노래를 처음 접한 폰 오터는 동료 음악가들과 함께 음반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기로 결심했다. 그는 "우리 자신에게 올바르다는 확신이 있다면, 사회적 책무에 참여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바의 멤버였던 베니 안데르손의 곡 〈나는 단지 소녀일 뿐(I am just a girl)〉을 간드러지게 부를 만큼, 때로는 그녀의 음성에서 한껏 장난기도 배어 나온다. 폰 오터는 "1970년대 이들의 음반을 처음 발견한 뒤부터 나는 언제나 아바의 팬이었다. 녹음을 하던 내내 싱글벙글 웃으며 작업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는 스웨덴의 9인조 기악 앙상블과 함께 성탄 노래들을 들려준다. 그는 "어릴 적 집에서 자그마한 피아노에 맞춰 부르던 추억을 담아 흥겹고 사랑스러운 노래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안네 소피 폰 오터의 크리스마스 콘서트, 12월 14일 오후 5시 성남아트센터, (031) 783-8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