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선머슴' 플루트의 도발적인 모차르트

입력 : 2008.11.27 04:47

샤론 베잘리, 서울시향 협연

25일 서울시향과 협연한 플루티스트 샤론 베잘리(왼쪽). /서울시향 제공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서울시향(지휘 조앤 팔레타)과 협연한 이스라엘 출신의 플루트 연주자 샤론 베잘리(Bezaly)는 '사모님 플루티스트'다. 남편이 스웨덴의 명문 음반사 BIS의 경영자로, 베잘리도 이 음반사 소속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혹시 실력보다는 배경이 작용한 건 아닐까. 그러나 그녀가 협연한 모차르트의 〈플루트 협주곡 2번 K.314〉에서 기우(杞憂)였음이 드러났다.

1악장과 마지막 3악장의 카덴차에서 그녀는 기존의 고전 협주곡과는 전혀 다른 빛깔의 독주(獨奏)를 선보였다. 숨이 막혔다가 터질 때 나오는 거친 파열음을 피하지 않았고, 가볍게 외출이라도 하듯이 모차르트 특유의 밝은 장조에서 벗어나 장·단조를 묘하게 넘나들었다. 이 카덴차는 핀란드의 현대 음악 작곡가 칼레비 아호(Aho)가 연주자를 위해 써준 것이다. 베잘리는 "다소 도발적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모차르트 역시 당대에 그렇게 들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협연은 마치 현대 음악의 외피(外皮)를 둘러쓴 모차르트 같았다. 앙코르로 들려준 〈왕벌의 비행〉과 〈플루트 독주를 위한 작은 모음곡〉에서도 베잘리는 정갈하고 고운 음색보다는 화려하고 빠른 손놀림과 저음(低音)을 강조하면서 플루트가 지닌 표현력을 한껏 극대화했다. '공주님' 같던 악기의 고정 관념 대신, 활달한 '선머슴' 이미지를 불어넣으며 짧지만 신선한 '플루트 충격'을 안겼다. 이 때문에 전체 공연이 끝나고서도 어린 플루트 전공생과 팬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즉석 사인회만 30여 분간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