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좀 달라도 근성은 꼭 닮았죠"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11.25 03:13

콩쿠르 번갈아 입상… 자매 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현수

같은 악기(바이올린)와 같은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 같은 스승(김남윤 교수)까지…. 해외 유학 경험이 없는 순수 국내파 연주자이면서도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 잇따라 입상하고 있는 신아라(25)·신현수(21)씨는 '닮은 꼴' 자매 바이올리니스트다. 최근 프랑스 롱티보 콩쿠르에서 동생 현수씨가 우승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들 자매에게는 공통점만큼이나 차이도 많다.

혼 안 난 언니, 많이 난 동생

고향인 전북 전주의 유치원에서 바이올린을 시작한 자매는 초등학생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김남윤 교수를 처음 만났다. 스승은 10여 년간 무료로 레슨을 해주고 자신이 쓰는 악기를 빌려주며 이들 자매를 가르쳤다. 하지만 스승이 자매를 대하는 방식은 180도 달랐다.

"어릴 적에 먼저 혼자 서울로 올라와 고생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안쓰러우셨는지 항상 챙겨주시고 많이 혼난 기억은 없어요."(언니 신아라)
"남자아이처럼 성큼성큼 걷는다고 혼나고, 화장이나 멋에 관심 많다고 혼나고…. 음악에는 연주자의 품성이 모두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최근까지도 무서울 정도로 꾸중 들었죠."(동생 신현수)

"한번 이야기하면 두말할 필요 없이 척척 알아듣는다"는 언니와 "똑똑한 만큼이나 고집과 주관도 강하다"는 동생 성격까지 감안한 김 교수의 '맞춤형 잔소리'인 셈이다.
자매 바이올리니스트인 신아라(왼쪽)와 신현수씨.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신중한 언니의 브람스, 화려한 동생의 프로코피예프

"어떤 곡을 연주하든지 작품성을 최대한 살리려 노력할 뿐"(신현수)이라고 하지만, 조금씩 차이 나는 성격이나 취향은 음악에도 그대로 배어난다.

언니 아라씨는 언제든 연주하고 싶은 곡으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꼽는다. 고독하면서도 신중한 작곡가의 삶과 성격이 드러나고 진중한 무게감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브람스의 교향곡과 소나타까지 모든 작품을 좋아한다"고 했다.

동생 현수씨는 이번 콩쿠르 결선 곡이었던 프로코피예프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이나 시벨리우스의 협주곡처럼 화려한 곡들을 좋아한다. 물건을 살 때도 아라씨는 최대한 심플한 것을 고르는 반면, 현수씨는 화려한 것을 즐긴다.

"그래도 밖에 나가면 가장 생각나"

2005년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는 동생 현수씨가 3위에 올랐고, 2006년 스위스 티보 바가 콩쿠르에서는 언니 아라씨가 1위 없는 2위에 올랐다. 현수씨는 지난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5위에 이어 올해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 입상했다.

이들 자매는 어릴 적부터 엄마 혼자 힘으로 길렀다. "언니가 받아온 콩쿠르 상금으로 동생이 다음 대회에, 동생이 탄 상금으로 언니가 출전할 정도"로 넉넉지 않았지만, 해외 유수의 콩쿠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입상 기록을 쌓았다. "외국 나가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언니뿐"(신현수)이고 "설령 말다툼이 있어도 1분 있으면 화해"(신아라)하는 사이다.

"콩쿠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도전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신아라) "유학을 굳이 가지 않더라도 외국 못지 않게 잘할 수 있다는 오기가 들었다."(신현수) 근성만큼은 자매가 꼭 닮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