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 번진 '디지털 바이러스'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11.20 03:48

인터넷 연주 중계·다운로드…
베를린 필·뉴욕 필 등 앞장서

21세기 클래식 음악계의 무대는 '온라인'이다. 콘서트홀에서 2000명 안팎의 청중을 대상으로 연주하는 '아날로그적 관습'이 베를린 필과 뉴욕 필 등 세계 음악계의 '1번지'에서부터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최근 인터넷 상에 '디지털 콘서트홀'을 열었다. "당신이 텍사스에 있든 도쿄에 있든, 언제 어디서든 베를린 필을 만날 수 있다"는 야심 찬 소개와 함께 라이브 중계와 주문형 비디오, 음악 교육 프로그램까지 베를린 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보여준다는 것이다. 베를린의 필하모니 홀에 고화질 카메라를 설치해서 매 시즌 콘서트 30여편을 인터넷으로 중계한다는 복안이다.

이 악단의 플루트 수석이자 미디어 위원회 대표인 엠마누엘 파후드(Pahud)는 내한 공연을 앞두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탈리아스페인의 명문 축구 구단이 팀의 경기와 훈련 모습까지 보여주는 것처럼, 우리의 목표도 교향악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디지털 콘서트홀’을 인터넷 상에 만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 제공
온라인에서는 뉴욕 필하모닉(지휘자 로린 마젤)이 한발 앞선다. 기존의 음반 발매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인터넷(nyphil.org)을 통해서만 오케스트라 연주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DG 콘서트 시리즈'를 진행 중이다. 가격은 음반과 비슷한 7.99~9.99달러(1만1000~1만4000원) 수준이다. 눈에 보이는 기록을 중요시하는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 풍토에서 음반이 아니라 음원(音源)을 판매한다는 개념이 처음에는 낯설게 받아들여졌지만, 도이치그라모폰(DG) 같은 음반사와 손잡고 적극적으로 '온라인 음반'을 내놓자 LA 필하모닉과 시카고 심포니까지 확산되고 있다.

영국의 로열 리버풀 필하모닉은 32세의 러시아 지휘자 미하일 페트렌코(Petrenko)가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는가 하면, 마이스페이스 같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직접 방을 꾸려서 연주 동영상과 댓글을 공유한다. 인터넷 상에 '오케스트라 가상 마을'을 만든 셈이다. 오케스트라의 미래상을 보여준다는 호평과 함께, 그라모폰상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음악상에서 관객 개발 부문을 휩쓸고 있다.

반면, 한국 오케스트라는 연주 일정과 음악회 감상 정도만 공유하고 있을 뿐 인터넷 활용도는 다소 더딘 편이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정우씨는 "21세기 들어 오케스트라의 수입원이나 교육·마케팅 수단도 기존의 음반 중심에서 인터넷이나 첨단 미디어로 계속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