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라파엘로 걸작 '…성모' 본래 모습 되찾았다는데…

  • 김주삼 소장·artC&R 보존연구소

입력 : 2008.11.15 03:18 | 수정 : 2008.11.15 20:54

단층 촬영 등 동원 하루 '㎜ 단위' 작업 그림 복원 10년 걸려

라파엘로의 걸작 '검은 방울새의 성모'가 10년간의 복원작업 끝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1506년쯤에 그려진 이 그림의 복원에는 전문가 50명이 참여했다.

로이터 10월 29일 보도

5년 전에 이탈리아 피렌체를 무대로 한 '냉정과 열정 사이'라는 영화가 인기를 끌었었다. 옛 그림 복원이 직업인 남자 주인공 준세이는 "미술품 복원은 지난 세월을 되살리는 유일한 작업"이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이었던 피렌체에서 라파엘로(1483~ 1520)의 '검은 방울새의 성모<사진>'가 10년의 복원 과정을 거쳐 공개된다고 한다. 그에 앞서 복원이 끝난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은 무려 21년이 걸렸다. 그림 한 점 복원에 왜 10년이 넘게 걸리는 걸까?

미술품 복원은 자연적인 노화나 사고로 손상 입은 작품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주는 것을 뜻한다. 흔히 오해하듯 '똑같이 그려서 재현하는 것'과는 다르다. 미술품 복원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작품을 왜곡시키지 않는 것이다.

즉, 작품을 그린 작가의 손길을 최대한도로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이러한 복원의 개념이 정립되기 전에는 라파엘로나 다빈치의 오래된 작품들이 무분별한 덧칠에 의해 심하게 왜곡되기도 했다.

'최후의 만찬'을 첨단장비를 이용하여 조사해 본 결과 500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복원작업을 거치는 과정에서 원작 위에 물감이 덮여 몇몇 성인들의 인상이 변해 버렸다고 한다. 후대 사람들이 다빈치가 표현하고자 했던 모습과는 다른 엉뚱한 모습을 보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이런 작품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원작을 최대한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무분별한 복원작업의 흔적을 제거하는 게 관건이다.

이를 위해 엑스선 장비와 현미경은 물론이고 단층 촬영과 첨단 분석 장비들이 총동원된다. 사소한 실수에도 작품이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게 된다. 실제 '최후의 만찬'의 경우 하루 작업량이 밀리미터 단위였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작업시간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복원기간 대부분이 과거 잘못된 복원작업을 제거하는 데 할애된 셈이다. 이런 구(舊)복원 제거작업이 끝나면 소실되어 없어진 부분에 대한 처리가 필요하게 된다. 대개 메움 작업과 색맞춤 작업이 진행되는데, 원작을 최대한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행해진다.

옛 그림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재료를 사용해야 할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그러나 이때 사용되는 물감을 비롯한 모든 재료들은 원작품에 손상 없이 언제든지 제거할 수 있는 제품을 사용한다. 원작과 복원 부분을 분명하게 구별하기 위한 의도이기도 하거니와 혹시 오류가 있을 때 쉽게 수정을 가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이다. 즉, 후대의 복원작업을 용이하게 하도록 하기 위한 배려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