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휘어잡은 '영원한 피아노맨'

  • 한현우 기자

입력 : 2008.11.17 04:40

빌리 조엘 첫 내한공연

환갑을 앞두고도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준 빌리 조엘. /B4H엔터테인먼트 제공
거대한 공연장이 일순 암흑으로 뒤덮였다. 20초쯤 지났을까. 어둠 속에서 요란한 타건(打鍵)이 터져 나왔다. 빌리 조엘(59)이 드디어 무대 위에 나온 것이다. 조명이 켜지자 9000여 관객은 이 영원한 피아노맨의 연주와 노래 속으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15일 저녁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 첫 내한 무대에 오른 조엘은 오랫동안 콘서트 오프닝으로 써온 '프렐류드/앵그리 영 맨(Prelude/Angry Young Man)'을 불렀다. 이어 영화 '콰이강의 다리'의 '휘파람 행진곡'에 '마이 라이프(My Life)'를 이어 불렀고, '어니스티(Honesty)'를 연달아 노래했다. 관객들은 폭포처럼 쏟아지는 명곡들에 숨가쁘게 잠겨 들었다.

"안녕하세요, 코리아"라고 인사한 조엘은 "나는 빌리 조엘의 아버지"라고 농을 던졌다. 빌리 조엘은 '피아노맨'을 발표했던 1973년(24세)에 비하면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한국에 왔다. 그러나 매력적인 목소리와 리듬감 넘치는 피아노는 여전했다.

'저스트 더 웨이 유 아(Just The Way You Are)', '무빙 아웃(Movin' Out)', '언 이노슨트 맨(An Innocent Man)'이 이어졌고, 관객들 일부가 무대 앞으로 뛰어나갔다. 몇 곡이 더 이어진 뒤 경호원들이 관객들을 앉히려 하자 조엘은 노래를 부르다 말고 일어나 "뭐하는 거예요(What's going on)?" 라며 말렸다. 이젠 객석 전체가 스탠딩 공연장으로 변했다.

'더 리버 오브 드림스(The River of Dreams)'를 부른 조엘은 '전기톱(chainsaw)'이란 별명의 한 사내를 소개했다. 조엘은 "이 친구가 호주의 오래된 송가(old Austrailian hymn)를 부르겠다"며 피아노 대신 일렉 기타를 잡았다. 이어 나온 거구의 사내는 호주 록밴드 AC/DC의 '하이웨이 투 헬(Highway To Hell)'을 불렀다. 뜻밖의 연출에 공연장 기온이 후끈 달아 올랐다.

조엘은 힘과 유머가 넘쳤다. 마이크 스탠드를 한 손으로 빙빙 돌리고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춤을 췄다. '유 메이 비 라이트(You May Be Right)'를 마지막으로 퇴장한 그는 엄청난 환호 속에 다시 나와 두 곡을 더 불렀다. 마지막 곡은 다들 기다린 바로 그 노래였다. 익숙한 하모니카 연주에 이어 '피아노 맨'이 흘러나왔다. 관객 모두 스크린에 뜬 가사를 따라 노래했다. '토요일 밤 아홉 시/ 사람들이 모여들죠/…/ 노래해줘요/ 당신은 피아노맨이잖아요.' 빌리 조엘과 함께 한 토요일 저녁이 9시를 막 넘어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