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뺑덕어멈이 악플 피해자 원조라니까"

  • 박돈규 기자

입력 : 2008.11.13 03:23 | 수정 : 2008.11.13 07:19

마당놀이 '심청', 美쇠고기·멜라민 파동 등 '2008 한국' 거침없이 풍자

마당놀이《심청》의 뺑덕어멈(왼쪽₩김성녀)과 심봉사(윤문식). /미추 제공
함봉사: 코 한 번 갖다 대면 아! 요것은 미국산! 요것은 호주산! 요것이 국산 한우!

김봉사: 혀 한 번 착 갖다 대면 멜라민 1500 피피엠! 딱 나온다 그말이여!

뺑덕어멈: 어이구, 이 양반들 식약청으로 보내야 쓰겄네.

장봉사: 거 진행자 양반, 목소리 들어본게 쌀 직불금깨나 돌라먹은(도둑질한) 목소린디?

마당놀이 《심청》(배삼식 작·손진책 연출)에는 2008년 한국이 있다. 저 초반부 대사들은 올 한 해 나라를 출렁이게 했던 '미국산 쇠고기' '멜라민 파동' '쌀 직불금' 등에 대한 풍자다.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 《심청》은 국악관현악 연주에 맞춰 "오늘 오신 손님네 반갑소~"를 합창하기 직전 이 대목을 집어넣어 관객을 무장해제시킨다. 당신들이 곧 보게 될 것이 흔한 고전 심청전이 아니라는 예고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 상황에 대한 풍자는 더 있다. 뺑덕어멈(김성녀)은 "어째서 이 뺑덕이네만 천하에 못된 년으로 만들어 놨냐 이거여요. 나야말로 근거 없는 비방, 악플의 피해자"라며 발끈한다. 또 심봉사(윤문식)는 "예이, 여보쇼. 내 선서허구 진실 말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소. 난 선서도 안 하고 진실만 말할 거요"라며 국정감사를 비꼰다. '촛불소녀' '물대포'가 등장하고, 뺑덕어멈은 펀드에 투자했다가 돈을 날린 사람으로 그려진다.

《심청》은 오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텐트극장에서 개막한다. 극단 미추는 올해 작품 선정 등의 갈등으로 MBC와 갈라섰다. MBC는 마당놀이 《학생부군신위》(연출 박철수)를 자체 제작해 21일부터 장충체육관에서 공연한다. 이청준의 소설 《축제》가 원작인 《학생부군신위》는 상가집이 배경인 이야기로 윤복희 오정해 이재은 등이 출연한다.

남녀노소 관객층이 두꺼운 미추의 마당놀이는 올해로 28년째다. 효(孝)를 주제로 한 《심청》을 공연하기는 이번이 네 번째. 늘 그렇듯 길놀이와 고사(告祀)로 열리고 배우들과 관객들이 무대에서 걸판지게 노는 뒤풀이로 닫힌다. 사방 트여 있고 무대·객석 구분이 없는 '마당'에서 윤문식 김종엽 김성녀 등 미추 단원들이 놀이판을 펼친다. 심봉사가 젖동냥할 때 한 부인이 "멜라민 걱정 없는 순도 99프로의 젖"이라고 으스대는 등 희극적인 장면이 많다.

▶《심청》과 《학생부군신위》 모두 내년 1월 4일까지 공연한다. 문의는 각각 (02)747-5161, (02)368-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