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인도 4색 전통악기가 한무대에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11.10 03:04

박범훈 총장 작곡·지휘
4국 악기 협주곡으로 내일 '아시아의 소리' 공연

1960년대 청년 문화의 영향으로 인도 문화에 흠뻑 빠져들었던 비틀스(Beatles)는 인도 악기를 자신의 음악에 삽입했다. 기타를 맡았던 조지 해리슨은 현악기 시타르를 배워서 〈노르웨이의 숲(Norwegian Wood)〉 같은 노래에서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퉁소를 닮은 일본의 전통 악기 샤쿠하치(尺八)는 숨을 몰아 쉬어 헛바람이 섞인 듯 신비한 음색을 낸다. 이 악기도 탠저린 드림(Tangerine Dream)과 피터 가브리엘, 로저 워터스 등 프로그레시브 록 계열의 음악인들이 즐겨 인용했다. 최근에는 DJ 크러시 같은 일본 힙합 음악가들도 이 악기를 삽입하면서 세계 대중 음악계에서도 무시 못할 파장을 낳고 있다.

해금과 흡사한 중국의 현악기 얼후(二胡)는 맑고 낭랑한 음색으로 중국 인기 피아니스트 랑랑(郞朗)의 아버지가 연주하는 악기로도 친숙하다. 미국 뉴욕 카네기홀 리사이틀에서도 랑랑은 앙코르에서 아버지의 얼후 솜씨를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왼쪽부터) 일본의 샤쿠하치, 중국의 얼후, 한국의 가야금, 인도의 시타르

시타르, 샤쿠하치, 얼후와 가야금까지 아시아의 대표 악기들을 한 무대에서 만난다. 11일 오후 7시30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리는 박범훈 중앙대 총장〈사진〉의 '아시아의 소리' 공연이다. 작곡가이며 지휘자인 박 총장이 1992년부터 이들 악기를 위해 직접 쓴 협주곡들을 선보인다.

인도 시타르 협주곡 〈동점(東漸)〉(협연 이시하마 타다오)은 일본 NHK 방송국 프로듀서에게 직접 자료를 받은 뒤 앞의 두 소절을 인용해서 1997년 창작한 곡이다. 일본 샤쿠하치 협주곡 〈류〉(협연 미츠하시 키푸)와 중국 얼후 협주곡 〈향(香)〉(협연 엄결민)은 모두 1992년 초연됐다.

가야금 협주곡 〈새 산조〉(협연 박혜리나)는 22현 개량 가야금을 위해 작곡한 곡으로 전통 산조와는 달리, 빠른 휘모리에서 출발해서 느린 진양조로 다시 돌아가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박 총장이 지휘하며 한국 중앙국악관현악단, 중국 중앙가극무극원 민족관현악단, 일본의 앙상블로 구성된 70인조 연합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02)896-20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