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0.31 03:32 | 수정 : 2008.10.31 07:27
'지젤'의 김주원 '로미오와 줄리엣'의 강수진
톱 발레리나들 맞대결
한달 토슈즈값 200만원…
"발이 혹사당할수록 숨은 가벼워진다"
세계 정상급 춤꾼들과 견주어 결코 뒤지지 않는 한국 발레리나들…. 그중 11월의 쌍두마차를 꼽으라면 국립발레단의 김주원, 그리고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강수진이 떠오른다. 서울의 만추는 두 사람의 맞대결 춤사위로 더할 나위 없이 풍요롭다. 그녀들을 토슈즈로 분석해본다.
◆《지젤》의 김주원
《지젤》은 시골 처녀 지젤이 약혼녀가 있는 귀족 알브레히트와 사랑에 빠지면서 비극으로 치닫는 낭만 발레다. 푸르스름한 달빛 아래 흰 베일을 쓰고 춤추는 윌리들의 군무는 부서질 것처럼 아름답다. 국립발레단의 《지젤》은 6년 만이다. 지젤로 춤추는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 김주원은 "1막과 2막에서 신는 토슈즈가 다르다. 하루에도 수십 번 토슈즈 끈을 묶었다 푼다"고 했다. "2막에서 지젤은 귀신이라 훨씬 가벼운 토슈즈를 신어요.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게 춤춰야 합니다. 호흡을 2~3배 끌어 올려야 해 발은 더 혹사당하지요." 공연이 있는 날에는 하루 두 켤레(사이즈 240~245㎜), 한 달 평균 토슈즈 열다섯 켤레를 소비한다. 비용만 월 200만원(켤레당 13만원)에 가깝다. 충무아트홀 대극장 재개관작으로 11월 1일 윤혜진·이영철, 2일에는 오후 3시 김주원·이원철, 오후 7시30분 유지연·이고르 콜브가 각각 무대에 오른다. 1544-1555
존 크랑코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1993년 1월 강수진이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서 첫 주역(줄리엣)을 맡은 드라마틱 발레다. 원작의 이야기 구조를 단순화하고 주인공의 심리 변화에 집중한다. 발코니 장면과 교회 결혼식, 마지막 묘지 장면에서 펼쳐지는 파드되(2인무)가 하이라이트다. 강수진은 무대에 오를 때 토슈즈(240㎜)로 바닥을 콩콩콩 세 번 두드리는 버릇이 있다. 그녀는 "요즘도 하루 6시간씩 연습하고 한 달에 30~40켤레의 토슈즈를 쓴다"고 했다. 발레단 입단 초기의 강수진은 매일 15시간 이상 땀을 흘렸고, 하루에 토슈즈를 네 켤레(보통 2주일치 소비량)나 써서 물품 담당자로부터 "아껴 써달라"는 주의(?)를 들었다. 옹이처럼 튀어나온 뼈, 뭉개진 발톱, 굳은살과 상처들…. 강수진의 '세상에서 가장 못나서 아름다운 발'은 그렇게 태어났다. 그녀의 토슈즈는 경매에도 부쳐진다. 공연은 11월 17~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544-1555
'발레리나의 생애를 짊어진 250g' 토슈즈
발레리나의 가방에는 십중팔구 내가 들어 있을 겁니다. 내 이름 토슈즈(toe shoes). 그녀가 무대에서 신는 신발이지요. 무게는 250~300g. 그녀가 중력에 저항하며 날아 오르려면 가벼울수록 좋답니다. 발가락이 닿는 딱딱한 앞 부분에 나무가 들어 있다는 오해는 오늘로 버리시길! 얇은 특수원단을 풀로 20~30겹 덧대 만듭니다. 공연할 때는 한 시간 만에 물러져 버려지는 소모품이지만 생(生)은 짧아도 이야깃거리는 많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