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0.28 03:03
백남준아트센터 개관 기념 '나우 점프' 페스티벌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 지방자치단체들은 경쟁적으로 아트센터를 지었다. 그러나 특색 없는 아트센터를 지어 야심 없는 전시와 공연을 지루하게 반복하는 문화적 악습을 구축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지난 8일 용인 상갈동에 개관한 백남준아트센터만큼은 달라 보인다. 고인의 이름값에 걸맞게 생동감이 넘치는 미술관일 뿐더러, 개관 기념 페스티벌 《나우 점프》도 당대 예술의 주요한 흐름을 적절히 짚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공간이지만, 짧은 기간에 완공된 건물답지 않게 전시 공간도 잘 빠졌고 디테일도 나쁘지 않다. 백남준아트센터를 둘러본 작가들이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국내의 유명 미술관들과 이곳을 비교하며 "여기가 낫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로고도 개성적이다. 경기문화재단은 관료적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용인하기 어려운 디자인을 선택했다. 약간 너무 멋을 부린 점이 아쉽지만, 과감한 선택은 박수받을 일이다. 허나 역시, 이런 갖가지 좋은 인상은 결국 예술 감독을 잘한 덕일 터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공간이지만, 짧은 기간에 완공된 건물답지 않게 전시 공간도 잘 빠졌고 디테일도 나쁘지 않다. 백남준아트센터를 둘러본 작가들이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디자인한 국내의 유명 미술관들과 이곳을 비교하며 "여기가 낫다"고 입을 모았을 정도다.
백남준아트센터의 로고도 개성적이다. 경기문화재단은 관료적 의사결정 구조에서는 용인하기 어려운 디자인을 선택했다. 약간 너무 멋을 부린 점이 아쉽지만, 과감한 선택은 박수받을 일이다. 허나 역시, 이런 갖가지 좋은 인상은 결국 예술 감독을 잘한 덕일 터다.

초대 관장인 이영철씨는 '대형 큐레이터'로서의 자질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대형 전시를 '비평적 스펙터클'로 연출해냄으로써 한국현대미술의 새로운 판도를 일군 선구자다. 그러나 한동안, 그에게 스펙터클한 전시를 만들 기회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의 《나우 점프》 페스티벌은 10년 만에 그의 미적 대계(大計)를 재회하는 자리다.
이영철의 큐레이터십(curatorship)이 지닌 특징은, 각각의 작품에 담긴 비전을 '오늘(혹은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視線)'으로 해석해 서로 마주보게 만들거나 평행하게 만들어 새로운 의미망을 창출하는 것이다. 백남준의 작품 세계는 그러한 연출 방법론과 궁합이 잘 맞았다.
백남준의 대표작들이, 고인과 관련됐던 이들의 작품과 당대의 젊은 예술가들의 근작에 어우러져, 3자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아름답다. 백화만방 하는 예술적 의견이 이리저리 대차 대조되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현대예술 본연의 이상적 가치가 드러난다.
《나우 점프》 페스티벌은 백남준아트센터와 마주보는 신갈고등학교 체육관 등의 외부 공간으로 확장됐는데, 그 수준과 열정이 웬만한 대형 비엔날레보다 낫다. 출품작 가운데 "오이시이, 오이시이(맛있어, 맛있어)"라고 적힌 녹색 간판이 하나 있다. 백남준은 긴 병을 앓은 끝에 부인이 해준 장어덮밥을 먹고 "오이시이, 오이시이"라고 말한 뒤 숨을 거뒀다(조선일보 2007년 9월 3일자). 대가의 마지막 말은 이 예술 잔치에 대한 촌평으로도 적절하다. 정말 "맛있어, 맛있어"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전시다. 내년 2월 5일까지. (031)201-8500
이영철의 큐레이터십(curatorship)이 지닌 특징은, 각각의 작품에 담긴 비전을 '오늘(혹은 당신)을 바라보는 시선(視線)'으로 해석해 서로 마주보게 만들거나 평행하게 만들어 새로운 의미망을 창출하는 것이다. 백남준의 작품 세계는 그러한 연출 방법론과 궁합이 잘 맞았다.
백남준의 대표작들이, 고인과 관련됐던 이들의 작품과 당대의 젊은 예술가들의 근작에 어우러져, 3자 대결을 벌이는 모습은 아름답다. 백화만방 하는 예술적 의견이 이리저리 대차 대조되는 과정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현대예술 본연의 이상적 가치가 드러난다.
《나우 점프》 페스티벌은 백남준아트센터와 마주보는 신갈고등학교 체육관 등의 외부 공간으로 확장됐는데, 그 수준과 열정이 웬만한 대형 비엔날레보다 낫다. 출품작 가운데 "오이시이, 오이시이(맛있어, 맛있어)"라고 적힌 녹색 간판이 하나 있다. 백남준은 긴 병을 앓은 끝에 부인이 해준 장어덮밥을 먹고 "오이시이, 오이시이"라고 말한 뒤 숨을 거뒀다(조선일보 2007년 9월 3일자). 대가의 마지막 말은 이 예술 잔치에 대한 촌평으로도 적절하다. 정말 "맛있어, 맛있어"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전시다. 내년 2월 5일까지. (031)201-8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