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0.25 03:13 | 수정 : 2008.10.25 08:26
태양의서커스 '알레그리아'

광대가 연주자들을 이끌고 객석을 돌며 익살을 떤다. 서커스로 들어가는 몸풀기다. 쇼는 지상 10m 공중그네 묘기로 열렸다. 곡예사의 흔들리는 몸은 원형 텐트극장에 여러 겹 그림자로 번졌다. 관객의 마음도 출렁출렁 그네를 탄다.
태양의서커스 두 번째 내한공연인 《알레그리아》(Alegria·1994년 초연)는 지난해 《퀴담》(1996)에 비하면 아날로그에 더 가까웠다. 놀랄 만한 무대 메커니즘이나 관통하는 드라마 없이 극한의 몸을 보여주는 곡예와 천진한 광대극으로 속을 채웠다. 장단점이 공존했다. 아슬아슬하게 '몸으로 빚어낸 무늬'들이 음악, 조명과 화학 반응을 할 때는 긴 잔상을 남겼지만 '구식'으로 비칠 장면도 있었다.
1막 〈파워 트랙〉에서는 무대 바닥이 열 십(十)자로 열리며 매트가 나타났고, 곡예사들이 그 위를 빠른 속도로 교차하며 날았다. 바퀴처럼 회전하는 몸과 몸이 겹쳐질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핸드 밸런싱〉은 수직의 지팡이 위에서 한 팔로 몸을 지탱하며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었다. 주술적인 복장의 남성 아티스트가 불 붙은 봉을 흔드는 〈파이어 나이프 댄스〉, 여성 아티스트가 긴 리본과 은빛 후프로 몸을 확장하는 〈머니퓰레이션〉이 이어졌다.
태양의서커스 두 번째 내한공연인 《알레그리아》(Alegria·1994년 초연)는 지난해 《퀴담》(1996)에 비하면 아날로그에 더 가까웠다. 놀랄 만한 무대 메커니즘이나 관통하는 드라마 없이 극한의 몸을 보여주는 곡예와 천진한 광대극으로 속을 채웠다. 장단점이 공존했다. 아슬아슬하게 '몸으로 빚어낸 무늬'들이 음악, 조명과 화학 반응을 할 때는 긴 잔상을 남겼지만 '구식'으로 비칠 장면도 있었다.
1막 〈파워 트랙〉에서는 무대 바닥이 열 십(十)자로 열리며 매트가 나타났고, 곡예사들이 그 위를 빠른 속도로 교차하며 날았다. 바퀴처럼 회전하는 몸과 몸이 겹쳐질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핸드 밸런싱〉은 수직의 지팡이 위에서 한 팔로 몸을 지탱하며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었다. 주술적인 복장의 남성 아티스트가 불 붙은 봉을 흔드는 〈파이어 나이프 댄스〉, 여성 아티스트가 긴 리본과 은빛 후프로 몸을 확장하는 〈머니퓰레이션〉이 이어졌다.
1막의 끝은 광대극이었다. 하늘에서 종이 눈이 날리면 뽀드득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넋 놓고 그 풍경에 잠기는데 갑자기 객석 쪽으로 휘몰아치는 바람. 눈발이 돌진해왔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박수를 쳐댔다. 슬라바 폴루닌의 《스노쇼》는 아마도 여기서 영감을 얻었으리라.
2막은 고무 밧줄의 탄력과 링 체조의 힘을 결합한 〈플라잉 맨〉으로 열렸다. 곡예사는 온몸에 친친 감았던 줄을 한순간 놓으며 수직 낙하했다. 음악에도 그런 하강과 상승이 담겨 있었다. 이어진 〈러시안 바〉는 이날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액트(act)다. 곡예사들은 공중제비를 돌며 3개의 장대를 옮겨 다녔고, 장대 위에 장대를 쌓고 펼치는 묘기, 아이를 끌어안고 장대를 타는 장면 등으로 내달렸다.
'《퀴담》 이후'를 기대했던 관객에게 《알레그리아》는 좀 낡고 수공업적인 서커스였다. 하지만 동심을 자극하는 장면, 아날로그만의 정감은 있었다. 엔딩도 전통의 공중곡예였다. 7명의 곡예사가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그네와 철봉 사이를 가볍게 날아다녔다. 다른 세상에서 온 듯한 목소리의 화이트 싱어(white singer)가 주제곡 〈알레그리아〉를 부를 때, 나이를 잊은 관객의 마음에도 서늘한 공중제비가 돌았을 것이다.
▶12월 21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텐트극장. (02)541-3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