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0.24 03:25 | 수정 : 2008.10.24 10:46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 김소현씨
'마이 페어 레이디' 연기 호평받아
"어느 작품보다 대사 많아 힘들어 윤복희 선생님 격려가 큰 힘 돼"
이번 주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소현(33)씨는 흥분이 덜 가신 듯했다. "축하 공연을 끝내고 집에 가려는데, 좀 더 앉아있으라는 거예요. '여우주연상 마이 페어 레이디…' 하는데, 제 이름도 제대로 안 들렸어요."
김씨는 지난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 꽃 파는 처녀 일라이자를 연기했다. 언어학자 히긴스와 만나면서 무식한 거리의 여자에서 교양 있는 숙녀로 거듭나는 역이다. 브로드웨이에선 줄리 앤드류스가, 영화에선 오드리 헵번이 이 역을 맡았었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까지 했던 작품 전부를 합한 것보다 대사가 많았으니까요. 함께 공연한 윤복희 선생님은 '너, 이 작품 못하면 지구를 떠나라'고 자극을 주셨습니다. 일라이자 입장에서 이력을 한 줄 한 줄 적기도 하고, 그녀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면서 그 인물에 빠져보려고 했어요."
그녀는 서울대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소프라노다. '라 보엠'의 미미로 오페라 무대에도 섰다. 클래식 음악도들이 뮤지컬계에 들어오기 시작하던 2001년,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에 응시했다가 덜컥 주연 크리스틴에 뽑혔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 '지킬 앤 하이드'의 엠마, 뮤지컬 '대장금'의 장금이 등 굵직굵직한 주연으로 잇달아 무대에 섰다. 그녀는 "오페라도 당시엔 대중적인 예술이었다"며 "뮤지컬은 현대판 오페라가 아닐까요" 라고 했다.
그녀는 마치 "곱게 자란 공주 같은" 화려한 이미지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연극 '미친 키스'와 TV 사극 '왕과 나'에 출연하면서 변신을 시도했다. 지금은 원래 이미지를 살려보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음달 LG아트센터에서 올리는 '지킬 앤 하이드'가 그런 작품이다. 2004년 초연 때에 이어 귀족 집안에서 잘 자란 처녀 엠마를 맡았다. 그녀는 "자기의 존재감을 과시하기보다는 상대를 기다리고 끌어안는 배역"이라고 했다.
여우주연상 수상은 그녀에게 연기 생활의 전환점이자, 배우 수업이었던 모양이다. "시상식 날, 축하 모임을 마치고 새벽 3시쯤 혼자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옆자리에서 트로피만 날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배우는 결국 고독한 존재 같아요. 무대에서 누가 대신 연기해 줄 수도 없고…." 들뜬 목소리가 갑자기 잦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