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10.11 03:10
왼손 새끼손가락 찢어졌지만 바로크 음악 생애 첫 녹음

장한나는 연주회를 앞두고 부상이 생기면, 반창고를 3분의 1로 좁게 잘라내서 상처 부위에 붙이고 들어간다. 하지만 실연(實演)과 달리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음반 녹음 특성상, "반창고가 자꾸 옆줄을 건드릴까봐" 이번에는 땀이 난 상태에서도 맨손가락으로 계속 쇠줄을 눌렀다. 나흘간 21시간 동안 이어진 이번 녹음에서 그녀는 "간혹 찢어진 부위로 줄을 누르면 깜짝깜짝 놀랄 정도로 아팠지만, 연주에 집중하면서 아픔을 잊으려 했다"고 말했다.
첼리스트 장한나가 처음으로 바로크 음악에 도전했다. 비발디의 첼로 협주곡(EMI)으로 작곡가가 남긴 30여 편의 첼로 협주곡 가운데 7곡을 골랐다. 《사계》의 작곡가로 유명한 비발디는 작곡가 자신이 빼어난 바이올리니스트였기에, 바이올린 곡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장한나는 "바흐(Bach)나 보케리니(Boccherini) 이전에 첼로를 '반주 악기'에서 '독주(獨奏) 악기'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작곡가가 비발디"라고 말했다.
"비발디가 살았던 17~18세기 당시 베니스는 이탈리아에서도 최고의 절정을 누리고 있던, 호화스럽고 화려한 도시였어요. 베니스 시민들도 매일 새로운 신곡을 원하고 있었죠. 그런 도시에서 비발디는 새로운 작품들을 써내면서 평생 1인자 자리를 지켜온 거죠."
그렇다면 비발디가 '베니스의 조용필'이었던 셈이냐고 묻자, 장한나는 웃으며 "실제 유럽 다른 도시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쏟아질 때마다 비발디를 붙잡기 위해 연봉 인상이 이어졌고, 그때마다 다른 음악가들의 시샘이나 항의가 잇따르기도 했다"고 말했다.
런던 체임버 오케스트라(지휘 크리스토퍼 워렌 그린)와 협연한 이번 녹음에서 또 한가지 어려움은 편성이었다. 낭만주의 협주곡을 협연할 때 오케스트라 단원이 수십여명에 이르는 것과는 달리, 바로크 음악 특성상 이번에는 13~14명의 소(小)편성으로 녹음한 것이다.
장한나는 "바로크 음악에선 섬세함과 치밀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기에, 녹음 시간의 절반 이상은 서로 호흡과 균형을 맞추고 연습하는 데 들어갔다"고 말했다. 그녀는 런던 체임버와 함께 비발디 협주곡으로 다음달 내한 공연을 갖는다.
▶11월 7일 세종문화회관, 9일 서울 예술의전당, 157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