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색(色)은 얼마입니까?

  • 김미리 기자

입력 : 2008.10.03 06:50

현대카드와 팝 아트 손잡아… 갤러리 '원' 기획전

인터뷰룸과 갤러리 기능을 겸한 컨버전스 갤러리 '원'이 이번엔 아티스트와 기업간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 무대로 변신했다. 금융업계로서는 드물게 디자인 경영을 펼쳐 주목 받아온 현대카드가 팝 아티스트 박진우씨와 손잡고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 제목 '당신의 색은 얼마입니까(How much is your color)?'가 암시하듯 전시 테마는 '색깔'이다. 현대카드가 화려한 원색의 컬러들로 딱딱한 기업 이미지를 감각적이고 소프트하게 변신시킨 데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이다.

콘셉트는 도심 속의 몽환적인 공원. 그러나 공원 하면 떠오르는 초록은 배제되고 순백(純白)이 흐른다. 곡면으로 된 흰 벽면에는 그래픽으로 연출한 평면 기둥이 펼쳐지고, 동굴의 석주같이 하얀 나무기둥 수십 개를 천장 끝까지 세워놨다. 그 앞으로 알록달록한 카드 플레이트를 붙여 외피를 만든 나지막한 의자와 탁자를 놓았다. 인터뷰를 위해 설치한 것이지만 현대카드의 로고이자, 숲 속의 벤치라는 이중의 뜻을 갖는다. 카드를 세모로 잘라 메운 디스코볼 형태 장식도 순백의 정적을 깨는 요소다.

박진우 작가는 "초록을 잃어버린 회색 빌딩숲이라는 광화문의 지역적 특성을 감안해 만들었다"며 "양복 입은 직장인들이 잠시나마 눈 돌리며 일을 잊을 수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와 박진우씨가 함께 기획한 갤러리 원의 새로운 전시‘How much is your color’전(展). 흰색으로 된 몽환적인 공원을 표현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색(色)'이라는 화두도 그저 알록달록함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서 색은 일반적인 의미의 '색깔'과 사람의 '성향·개성', 두 가지를 함축하는 단어다. '색깔이 얼마냐'는 다소 엉뚱한 물음은 일차적으로 공기처럼 언제나 주변에 있지만 가치에 대해 잊고 사는 컬러에 대해 재평가해보자는 의미다. 동시에 종종 어떤 사람의 성향을 물을 때 '그 사람 컬러는 뭐야?'라고 묻는 것처럼 스스로의 캐릭터에 대해 자문해보자는 의도도 깔려있다.

작가는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황혼의 노르스름한 빛이 스며들 때가 제일 감상하기 좋다고 귀띔한다. 전시는 두 달간 열린다. 위치문의 (02)724-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