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콘서트' 벌써 200회

  • 김성현 기자

입력 : 2008.09.27 03:28 | 수정 : 2008.09.27 03:36

박창수씨 "행복했습니다, 관객들 한마디가 큰힘"

‘하우스 콘서트’200회를 연 피아니스트 박창수씨. /하우스 콘서트 제공
26일 저녁 서울 연희동 피아니스트 박창수(44)씨의 집 2층 거실. 그가 지난 2002년부터 매달 2~3차례씩 열고 있는 '하우스 콘서트'가 200회를 맞아 특별한 이야기 손님을 모셨다. 가정집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의 원조 같은 이곳에서 평소 열리던 음악회 대신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예술에서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개인의 체취가 그대로 묻어있는 삶의 공간에서 여러분과 얼굴을 마주보고 숨결을 느끼며 강연을 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80㎡ 남짓한 공간에 빽빽이 모여 앉은 청중을 향해 "산업 사회가 되면 극장도, 음악 형식도, 연주자의 수와 악기 편성도 모든 것이 대형화하면서 인간적 얼굴이 사라지고 추상적인 벽이 생기지만, 개인 간의 소통이 자유롭게 전개되는 공간이 바로 이곳"이라고 말했다.

이날 200회 '하우스 콘서트'는 연희동에서 열리는 마지막 콘서트가 됐다. '하우스 콘서트'의 주인장 박씨는 "앞으로는 '하우스 콘서트'를 열고 싶어하는 분들에게 장비를 들고 직접 찾아가서 '베이스 캠프'를 차리고 자생력을 갖출 때까지 돕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음악회 이름부터 '하우스 콘서트, 여행을 떠나다'로 바꾸기로 했다. 다음달 8일부터 서울 아차산 역 인근의 녹음 스튜디오인 '클래식 뮤테이션'에서 새롭게 하우스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박씨는 "여기서 안주하기보다는 처음이라는 심정으로 다시 도전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울 연희동 박창수씨의 집에서 열려온‘하우스 콘서트’200회를 맞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강연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연희동 '하우스 콘서트'는 2002년 7월 첫 음악회 이후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다녀간 연주자만 500명, 관객은 1만 명을 넘어섰다. "2005년 100회를 맞을 무렵에는 문을 닫을 뻔하기도 했죠. 공사비 1억5000만원에 매년 1000만원씩 적자를 봤고, 홈페이지를 관리해주던 분도 갑자기 그만두면서 6개월 가량 고생이 심했어요."

하지만 박씨는 "연주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관객들이 '행복했습니다' 하고 말해줄 때, 그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회를 맞아 《하우스 콘서트, 그 문을 열면…》(음악세계)이라는 책을 펴냈다. 그는 "엄밀히 말해 정식 공연장도 아니고 '사업'이라기보다는 '공동체'나 '사랑방'에 가깝지만, 작은 것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기에 매달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