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제너두', 공연내내 웃음꽃 만발

입력 : 2008.09.28 13:31



[OSEN=박희진 기자]슈퍼주니어 강인과 김희철의 뮤지컬 데뷔작 '제너두(XANADU)’가 폭소 핵폭탄으로 공연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서울 두산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제너두'는 개그맨 출신 표인봉이 대표로 있는 SM아트컴퍼니 첫 작품. 표인봉이 직접 프로듀싱과 연출을 담당한 가운데 요즘 뮤지컬 코드인 연예계와의 합작 무대를 성공적으로 펼치는 중이다.

최근 연예인들의 뮤지컬 나들이가 잦아지면서 흥행만을 목표로한 짙은 상업성이 뮤지컬 무대로 옮겨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제너두(XANADU)’의 프레스콜 현장에서 쏘니 역을 열연한 김희철은 "나와 강인이 작품을 망치면 안 된다”는 부담을 느꼈다며 "뮤지컬 무대에 서는 것에 곱지 않은 시선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취재진 질문의 80% 이상이 김희철과 강인에게 집중됐고 표인봉은 “연예인들이 뮤지컬을 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첫 번째 물음표를 받아야 했다. 연예인의 뮤지컬 진출에 쏟아지는 일반의 관심이 어떤 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표인봉은 ‘굿바이 크리스마스’ ‘루나틱’ ‘동키쇼’ ‘아일랜드’ 등 다수의 연극과 뮤지컬에서 기획-연출력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새로 '제너두'를 선택한 이유로 그는 "브로드웨이에서 흥행에 성공한 ‘제너두’를 내가 직접 예술을 창조하는 일의 첫 공연으로 선택했다”며 한국 흥행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한 관객과 하나 되는 원형무대를 선보이며 독특한 무대연출로 기존의 객석과 다른 ‘패너두(FANADU : Fan of XANADU)’라는 관객 참여형 객석을 시도, “재미있고 신나고 후련한 뮤지컬” 을 선보일 계획을 엿보였다.

표인봉의 말대로 뮤지컬 ‘제너두(XANADU)’는 달랐다. 막을 올리는 커튼도 없이 남자 주인공 쏘니가 등장해 시작부터 관객과 하나 되기를 시도했다. 공연 내내 관객들의 웃음꽃이 가득했고 “정말 웃긴다”는 속삭임이 객석에서 끊임없이 들려왔다. 역시 한 개그했다는 표인봉의 연출실력을 엿볼 수 있었다.

관객의 객석 ‘패너두’도 새롭다. 정면 객석을 중심으로 연기해오던 기존의 틀을 깨려는 연출의 노력이 엿보였다. 열성팬들에게 배우들의 숨소리를 가까이서 듣게 해주려는 팬 서비스차원의 ‘패너두’가 될 법도 했지만, 배우들은 무대 위에 앉은 관객을 끊임없이 공연에 끌어들여 관객과 하나 됨을 또다시 시도했다. 느닷없이 배우가 말을 걸기도 하고 노래도 함께 부른다. 느끼한 손짓으로 남자관객의 몸을 흩으며 웨이브를 타는 배우의 모습은 한 바탕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제너두’는 온갖 음악과 춤이 펼쳐지는 버라이어티한 뮤지컬을 선보인다. 현대무용부터 재즈 릴리컬 스윙 힙합 락댄스 디스코 탭에 이르는 전 세계 춤이란 춤은 다 모았다. 거기에 롤러스케이팅 연기까지 가미해서 관객들은 공연 내내 풍성한 볼거리를 즐겼다. 화려한 조명과 무대 장치, 의상 그리고, 신화 속에 여신들의 에드립 섞인 대사와 몸동작 하나하나가 신선했다.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의 전체를 무대로 활용한 것도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제너두’에서 한 가지 크게 아쉬운 점은, 온통 키라의 목소리로 가득 찬 뮤지컬이었다는 점이다. 보는 이도 버거울 정도의 많은 노래 파트를 소화해 낸 여자 주인공의 노력이 대단하다. 뮤지컬 전문 배우, 이건명의 출연이 무색할 정도다. 이건명의 호소력 있는 가창력과 색깔 있는 연기를 기대하고 찾은 팬들은 아쉽기만 했다. 이렇게 남자주인공 ‘쏘니’의 파트가 눈에 띌 정도로 비중이 작은 이유는 무엇일까?
원작에서는 쏘니의 매력으로 키라가 사랑에 빠져야만 하지만, 우리 관객들은 묻혀버린 쏘니 때문에 노력이 가상한 키라의 매력에 빠져야만 했다.

공연내내 이건명의 목소리 듣기를 기다리던 관객들은 내노라하는 조연들의 역할로 쉬 가려질 수 있었다. 특히, 주연 같은 조연에 ‘멜포메네’ 역의 정영주와 ‘칼리오페’ 역의 양꽃님에 호소력 있는 목소리는 관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뮤지컬 ‘제너두’는 관객들을 배꼽 잡고 웃을 수 있게 하는 ‘재미있고 신나는 뮤지컬’로 확실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무대와 거창한 연출, 정신없이 웃겨대는 조연들의 리얼한 연기들로 관객들이 작품에서 남겨가야 할 감동까지 너무 ‘후련’하게 비우고 가지 않도록 원작에서의 작품성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jin@osen.co.kr
<사진> ‘쏘니’역 이건명과 ‘키라’역 최유하의 공연 / 투비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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