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8.09.26 11:08

[OSEN=박희진 기자] 젊은 극장, 젊은 연극보기에 앞장서온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기획공연 시리즈 4탄 ‘감포사는 분이, 덕이, 열수’를 내달 17일부터 무대에 올린다.
반신불구에 사시사철 흰옷만 입고 긴 백발을 묶어 늘어뜨린 분이와 눈뜬 사람보다 앞을 더 잘 보는 눈먼 수양딸 덕이, 의미심장한 과거사를 지닌 반편이 열수, 이들은 등장부터 신비스럽다. 과거를 꼭꼭 숨긴 평범하지 않은 이 가족의 이야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의문을 품게 만든다.
그들은 삶 속에서 자연스레 자신들의 과거를 하나하나 풀어낸다. 양공주로 살면서 혼혈아들을 낳고 그 아들의 죽음을 맞은 분이, 친아들을 죽인 열수를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이고 반병신이 된 열수의 이야기, 하지만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수양딸 덕이의 과거는 관객들의 몫이다. 그들의 가려진 과거는 밝게 연기하는 무대보다 무거운 현실로 다가온다. 그들의 기막힌 현실은 큰아버지 설 씨의 등장과 임신한 덕이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비극에서 절정을 이룬다.
분이네 가족이 감포 시장통 길가에서 좌판을 펴 살아가는 모습은 참으로 신산하다. 그런 그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진심으로 ‘복 받아 가세요’ 를 외친다. 그 모습이 관객들에게 우울하고 무겁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극 속, 현재를 바라보는 관객들은 그들이 나눠주는 복으로 웃음을 한가득 받을 수 있다.
신라 시대 경주시 감포 연안을 배경으로 한 ‘감포사는 분이, 덕이, 열수’는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따뜻한 연극이다. 우리네 평범한 삶보다 더 자극적이고 무거울 수 있는 이번 작품은 배우들의 절묘한 대사 표현으로 따뜻한 웃음을 자아낼 수 있도록 연출됐다.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로 감동을 안긴 손기호 작-연출의 신작이며 ‘인류 최초의 키스’ ‘차력사와 아코디언’ ‘발자국 안에서’의 윤상호 씨가 단씨 역으로, ‘눈먼 아비에게 길을 묻다’ ‘차력사와 아코디언’ ‘사건 발생 1580’의 염혜란 씨가 박미천 역으로 출연한다.
죽이 잘 맞는 실력 좋은 배우들의 캐스팅은 소극에 재미와 깊이를 더하고 있다.
jin@osen.co.kr
<사진>‘감포사는 분이, 덕이, 열수’포스터. /선돌극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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